홍장래 대표 “정통 보디빌딩을 추구하는 것이 WNBF의 가치”

“약물은 식지 않는 화두, 대회를 정직하게 운영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

코로나19 팬데믹의 긴 터널을 지나 맞이한 2023년, 보디빌딩 피트니스 저변 확대의 기대감이 그 어느 때 보다 큰 한 해입니다. <개근질닷컴>은 미디어 출범 10주년을 맞아 국내 보디빌딩 피트니스 대회 주관단체들을 조명하는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 주요 대회의 생생한 정보를 독자들께 제공하고, 보디빌딩 피트니스 문화 발전을 위한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편집자주-

[개근질닷컴] 보디빌딩계에서 도핑은 언제나 화두였다. 1980년대 보디빌딩 황금기에도 약물은 성행했으며, 역대 미스터 올림피아 수상자 도리안 예이츠나 아놀드 슈워제네거 역시 약물 복용을 시인한 적 있다. 보디빌딩의 역사는 항상 약물과 같이 흘러왔다. 

약물과 보디빌딩의 정통성 문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다. 정리되지 않은 문제이기에 실제 경기가 이뤄지는 필드에서는 각자의 영역이 자연스레 형성돼 있다. 현재 보디빌딩 대회는 도핑 검사를 하는 내추럴 대회와 도핑 검사를 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약물을 허용하는 대회로 양분화돼 있는 형국이다.

이번에 개근질닷컴은 약물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한 단체를 찾아갔다. 요 몇 년간 권위 있는 국내 내추럴 대회로 자리매김한 WNBF 코리아다. WNBF는 도핑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출전 선수 전원에게 폴리그래프(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게까지 해서 도핑을 잡아내겠다는 의지를 확연히 내비치는 단체다.

정통 보디빌딩을 추구하기에 내추럴을 강력히 표방한다는 WNBF. 개근질닷컴은 그 답을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서초구에 위치한 WNBF 본사를 방문했다.

이하 홍장래 대표와의 일문일답

▲사진=개근질닷컴, 홍장래 대표

Q. ‘WNBF’ 단체 소개 부탁드려요.

WNBF(World Natural Bodybuilding Federation)는 월드 내추럴 바디빌딩 페더레이션이라는 대회이고, 1990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34년간 이어져 왔습니다. 지금은 전세계 54개국이 연맹을 맺고 있고 6천 명의 프로, 아마추어 선수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정통 보디빌딩 대회예요. 선수 전원이 폴리그래프 거짓말탐지기를 통과해야 무대에 올라갈 수 있어요. 

Q. 홍장래 대표님이 WNBF를 직접 국내로 들여오셨는데요.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15살 때부터 보디빌딩을 시작했어요. 22살 때는 도 대회 1등도 했고요. 그런데 군대를 다녀와서 보니까 주변에 약물을 많이 사용해요. 안 그러면 입상이 힘드니까요. 그걸 보면서 그때부터 내추럴 단체를 열자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그런데 내추럴 대회를 혼자 열려고 하니까 어렵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내추럴 보디빌딩을 추구하는 WNBF 단체를 접하게 됐어요. ‘약물을 허용하는 단체에서 WNBF를 가져가면 물이 많이 흐려지겠구나’ 생각해서 바로 메일을 보내서 협약하게 됐습니다. 

▲사진=WNBF, 홍장래 대표

Q. 이전에 WNBF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었나요?

아뇨, 협약한 이후에 출전했어요. 내추럴 대회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 알아보기 위해 나간 거예요. 제가 선수 경험은 있었지만 대회를 연 경험은 없었어요. 그 시점에 국내 내추럴 대회도 거의 없었고요. 진행 방식을 알아보려고 2017년도에 뉴욕 WNBF 대회를 출전하게 됐죠. 

직접 대회에 참가해서 거짓말 탐지기나 소변 검사 등의 진행 방식을 배웠어요. 그래서 다음해인 2018년에 WNBF 코리아를 개최한 거죠. 첫 대회에는 30~40명의 선수가 출전했고, 다음해부터 조금씩 선수들이 늘어나서 이제는 많이 활성화가 됐어요.

Q. WNBF 세계대회에 직접 출전하셨을 때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축제 같은 느낌이었어요. 한국 대회는 1등이나 입상 목적으로 출전하는 선수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해외는 한국과 달리 축제 분위기예요. 1등을 해도 되고, 꼴찌를 해도 축하해주는 그런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또 국내 대회는 상업적인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WNBF 단체는 상업적인 부분 보다는 정통 보디빌딩을 지키는 것에 많이 집중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그 부분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본부 대회와 똑같이 진행하려고 노력했죠. 

Q. WNBF는 출전 선수 전원이 폴리그래프(거짓말 탐지기)라는 특별한 검사를 실시하고 있어요. 

폴리그래프 검사는 검찰청이나 국방부에서 실제 검사를 담당하는 검사관이 진행하고 있어요. 15개 정도의 질문을 하면서 혈압 상승, 맥박 증가, 동공 확장 등 다양한 생리적인 반응을 측정하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거죠. 이게 통과가 안되면 WNBF 출전 10년 정지예요. 

▲사진=WNBF

Q. 만약 통과가 안됐을 때 재검을 다시 받을 수 있나요?

재검은 안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다만 선천적인 질환이 있거나 하는 특이 케이스는 검사관 판단 하에 재검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경우에는 관련 자료를 다 받아요. 어쨌든 그런 결과값을 통해 의견서가 나오면 협회 차원에서 검토해 출전 여부를 결정하고 있어요. 
    
Q. 폴리그래프 검사 실효성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이 궁금해요.

저는 거짓말 탐지기가 제일 확실한 것 같아요. 그냥 폴리그래프 검사를 받아도 되게 불안한데, 약물을 쓴 사람이 받으면 더 불안할 것 같아요. 근데 그걸 극복하고 통과한다면 엄청난 사람이겠죠. 

물론 폴리그래프 검사와 추가적으로 소변 검사까지 통과해야 프로 자격을 주고 있어요. 미국 본사 기준과 동일하게 소변 검사를 진행하고 있고, 시료는 미국에 보내서 검사하고 있습니다.

▲사진=WNBF, 홍장래 대표

Q. 굳이 이렇게까지 도핑 검사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선수들 중에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제가 선수 시절에 내추럴로 운동했는데, 대회에 나가보니까 약을 쓰는 선수들과 차이가 너무 났어요. 그리고 옛날엔 약물 부분을 쉬쉬하면서 운동했으니까 누가 약을 썼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고요. 약을 하는 선수도 있고, 돌추럴도 있고, 내추럴도 있고 너무 종합적으로 있었어요.

그런 억울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 엄격히 도핑 검사를 하면서 대회를 열고 있어요. 저는 그냥 내추럴을 바로잡고 싶고 억울한 선수들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Q. 그래도 도핑 검사 결과를 불신하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 같아요. 그런 말은 계속 나올 것 같은데, 그래도 저는 계속 노력하고 싶어요. 내추럴 대회를 바로잡고 노력하고 계속 걸러내는 수 밖에 없어요.

 
WNBF가 다른 단체보다 선수가 없는 이유가 그런 엄격한 부분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나와서 입증을 하라고 얘기하죠. 그렇게 해서 나오는 선수들도 많지만 안 나오는 선수들이 더 많아요. ‘내추럴인데, 몸이 엄청 좋은데 이 대회를 안 나와? 이건 의심을 해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진=WNBF

Q. 자신 있으면 대회에서 입증해라?

그렇죠. 내추럴이라고 말만 할 게 아니라 대회에 나왔으면 좋겠어요. 지금 WNBF가 제일 권위있고 약물에 대해 가장 엄격하잖아요. ‘왜 안 나오는 거야, 프로 따서 한번 보여줘, 세계대회에 나가서 월드 챔피언 한번 해봐’ 이런 입장인 거죠. 

약물에 대한 화두는 식지 않을 것 같아요.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대회 자체를 정직하게 운영하는 것 뿐이에요. 다른 곳에서 딴지 거는 것 신경 쓸 여력 없습니다. 입증하고 싶으면 나오는 거예요. 자신이 정말 라이프 타임 내추럴이라고 하면 WNBF에 출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Q. WNBF에 출전 선수들을 위한 베네핏을 어필한다면요.
 
내추럴을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이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WNBF 대회가 스폰을 잘 받진 않아요. 외국도 그렇고요. 그러니까 일부러 가서 스폰이나 협찬을 해달라는 부분은 없어요. 물론 자연적으로 저희 단체를 위해 도와주고 협찬해주면 엄청 고맙죠. 

어쨌든 WNBF는 상업적인 부분보다는 정통 보디빌딩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운동하고 건강한 몸을 만들고 대회에 나가서 입상하는 일련의 과정이요. 그런 것 때문에 약물 근절에 힘쓰는 것도 있고요. 

▲사진=WNBF

Q. 출전 선수들을 위한 대회 TIP도 부탁드려요. 

WNBF에서는 대회 전에 포징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어요. 다른 대회와 다른 점이 있으니까 직접 와서 포즈나 무대 서는 법을 배우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대회 포즈를 하면 감점이 될 수 있으니까 꼭 와서 연습하셨으면 좋겠어요.

Q. 대회에서 ‘이것 만큼은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부분도 있나요?

몇 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무대에서 자리 스위치 할 때 앞으로 선을 넘어 이동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뒤로 이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WNBF는 사이드 체스트 포즈 양쪽을 다 봐요. 사이드 트라이셉스 포즈도 마찬가지니까 연습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또 컬러 크림 같이 바르지 말라는 걸 바르면 점수 깎이니까 주의해주시고요. 마지막으로 대회장 에티켓을 지켜주길 부탁드립니다. 어수선하게 탄을 여기저기 묻혀 놓으면 다음 대회 때 대관이 안되는 경우도 있어서요. 

▲사진=개근질닷컴, 홍장래 대표

Q. 최근에 WNBF 본부를 강남으로 이전하셨어요.

저희가 강남에 온 이유가 뭐냐면, 강남에 약쟁이가 너무 많아요.(웃음)

내추럴 운동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 강남에 왔어요. 그래서 이 센터는 약물 복용하면 출입 금지입니다. 내추럴만 들어올 수 있어요. 몸 딱 보고 내추럴 아니다 싶으면 나가세요 합니다. WNBF 프로에게는 무료로 개방하니까 언제든 와서 운동하세요.

Q. 2024년 WNBF의 행보는 어떻게 되나요?

내년 4~5월 중에는 국내 아마추어 대회를 개최하고, 9~10월 중에는 아시아 프로쇼를 개최할 거예요. 아시아 프로쇼가 두바이, 대만 그리고 한국에서 열리는데, 상금도 있으니까 프로 선수들은 잘 준비해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사진=개근질닷컴, 홍장래 대표

Q. 마지막으로 WNBF를 찾는 선수와 팬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건강하게 영양을 잘 섭취해서 몸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약물은 위험하기도 하고 오래 못 갑니다. 약물을 하지 맙시다! 

그리고 1~2년 운동하고 연습 삼아서 대회에 나와도 상관없습니다. 좀 즐겼으면 좋겠어요. 해외처럼 축제 분위기 같은 대회를 만들어 갈 거니까 많은 응원과 출전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