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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프리] 이정혜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날 만들었다”

등록일 2020.05.20 16:38 youtube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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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정혜 SNS

 

[개근질닷컴] “당신은 앞날을 보며 점들을 연결할 수 없다. 과거를 회상하며 연결할 뿐이다. 그러니 당신은 미래에 그 점들이 어떻게 든 연결된다고 믿어야 한다”

 

위의 말은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의 명언 중 하나다. 이 말의 요지는 ‘지난 시간 수없이 쌓아 올린 시간과 노력들은 결국엔 연결되고, 어떻게 든 쓰인다’는 거다.

 

2020 나바코리아 ASIA OPEN CLASSIC(이하 나바 AOC) 비키니 종목 프로전의 여왕 이정혜는 뮤지컬 *앙상블 댄서로 20대 초반을 보냈다. 당시엔 뮤지컬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개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둬야 했다. *뮤지컬의 코러스 배우로, 주인공 뒤에서 춤과 배경을 만드는 역할.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지난 4월 18일 늦은 밤. 이정혜는 몇 해가 지난 뒤, 그동안 까맣게 잊고 살았던 무대 위 춤추는 걸 좋아했던 자신과 마주한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과거로의 연결이었다.

 

이정혜 “내가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무대를 선보이고 싶었다”

 

그녀가 선택한 무대 곡명은 푸시캣 돌스의 ‘Right Now’.

 

이정혜는 올해 해체 10년 만에 팬들의 품에 돌아온 그녀들을 축복하듯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였고, 퀸의 칭호를 부여받았다.

 


▲ 나바 AOC 대회 비키니 프로전 TOP5. 이정혜(가운데). 사진=권성운 기자

 

지난해 나바 GP 파이널에서 프로카드를 놓쳤지만 두번의 실패는 없었다. 늦었지만 다시 한번 축하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시기가 많이 어려웠다. 대회가 연기되는 건 다반사고, ‘(참가할) 대회가 완전히 취소되면 어떻게 하지’란 생각에 마음도 많이 졸였다. 주변에 같이 시즌을 준비하던 선수들도 하나 둘씩 포기하는 걸 보면서 심적으로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대회가 무사히 개최됐다. 일단 무대를 선 것 자체 만으로 너무 기쁘다. 대회 관계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해 낸 스스로에게도 정말 박수를 쳐 주고 싶다.(웃음)

 

코로나로 헬스장이 한 동안 문을 닫았는데 대회 준비는 어떻게 했나

 

당시 다른 헬스장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내가 트레이너로 근무 중인 곳도 완전히 문을 닫았다. 아시다시피 대회용 운동을 제대로 하려면 아무래도 헬스장 이용이 너무 간절하다.

 

어떻게 할 지 몰라 혼자 끙끙대는 상황에서 관장님이 폐쇄된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걸 허락해 주셨다. 덕분에 대회를 잘 준비할 수 있었고, 성적도 잘 나올 수 있었다.

 

나바 AOC 비키니 프로전에서 기존 참가자격이 있는 건 혼자였다. 부담감이 없진 않았을 텐데

 

처음 프로전 명단을 봤을 때 엄청 부담됐다.(웃음) 이미 프로전에 출전할 자격이 있는 선수이기에 무조건 잘해야 될 것만 같았다. 게다가 하필 혼자여서 부담감이 더 컸다.

 

그렇게 대회 당일까지 부담감에 짓눌렸는데 번뜩 든 생각이 이러다 간 죽도 밥도 안될 것 같았다. 그때부터 그동안 준비해 온 ‘나만의 무대를 보여주는 데만 집중하자’라고 굳게 마음먹었다. 경쟁이란 단어를 머리속에서 지우고, 오직 내 무대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게 제대로 먹혔다.

 


▲ 2019 나바 GP FINAL 대회 비키니 프로전 경연 모습. 사진=김병정 기자

 

마인드 컨트롤에는 성공했다. *긴 대기 시간과 컨디션 조절은 어떻게 했는지

*이날 나바 AOC 대회 프로전은 밤 9시 무렵 시작됐으며, 자정이 가까워져서야 끝이 났다.

 

작년 나바 GP 프로전 때는 정말 경황이 없어서 집에 갈 뻔했다. 당시엔 그렇게 늦게 시작할 줄 모르고, 경황이 없어서 중간에 ‘집에 갈까’도 생각했다.(웃음) 올해는 한 번 경험해봤기 때문에 애초에 준비를 천천히 했다.

 

대회용 메이크업도 늦게 받고, 근처에 아예 방을 잡았다. 방에서 무대 전에 잠도 자고, 컨디션 조절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하니까 확실히 무대를 치르는 데 애로사항이 덜 하더라.

 

지난 GP 때는 대기실에서 주구장창 기다리면서 잘 먹지도 않았다. 피곤하면 맨 바닥에 돗자리 하나 깔고 선잠을 자면서 버텼다. 반면 올해는 무대 직전까지 정말 편하게 있다가 좋은 컨디션으로 무대에 섰다.

 

나바 대회 도전은 이번이 3번째로 알고 있다

 

지난 2017년 나바 무대에 첫 발을 내딛었고, 작년 GP 그리고 이번 AOC까지 총 세 번의 경험이 있다.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나바의 콜로세움식 무대를 동경해왔다. 좌, 우, 정면까지 여러 각도에서 몸의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꼭 서고 싶은 무대였다. 그런데 하필 내가 오른 지난 3차례의 무대가 모두 극장식이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나바 무대를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대회장(스위스 그랜드호텔)이 집에서 무척 가깝다. 그래서 지인들 초대하기에 부담이 없어서 응원부대를 동원하기에 용이한 것도 있다.(웃음)

 


▲ 사진=이정혜 SNS

 

대회 당일 무대에 등장했을 때의 함성이 이제야 이해된다. 개인적으로 나바 AOC 비키니 기사에서 이정혜 선수 개인 포징 1라운드를 ‘뮤지컬을 연상케 하는 인상적인 무대’라 표현했었다. 구성은 직접 짠 건가

 

사실 뮤지컬과 연극 분야 쪽을 전공했었다. 주로 앙상블로 많이 활동했다. 대극장뮤지컬 무대에서 댄서로 20대 초반을 보냈다.

 

나름 장기라면 장기라서 이번 프로전에 개인 무대가 주어진다 걸 알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특기를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시카고, 드림걸스 뮤지컬 영화와 음악들을 다시 보고 들으면서 무대를 준비했다.

 

그런데 이런 시도에 대해 코치님들은 좀 회의적이었다. 아무래도 대회에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신 거다. 그럼에도 이번에 안 하면 스스로 너무 후회될 것 같아서 원하는 노래를 찾은 후 안무를 직접 짰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고집이 발동됐는지 의문이긴 하다.(웃음) 1차 안무 완성 후 코치님들께 쇼케이스를 한 번 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이후에 *최사라 코치님이 기존 안무에 새로운 동작들을 추가 보완했다. 대회 전에는 혹여 ‘너무 댄스처럼 보이면 어떻게 하지’, ‘움직임이 많아서 포징처럼 안 느껴지면 어떻하나’란 고민도 많았다. 다행히 그 선을 잘 지켜서 역동적인 무대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 개인 무대는 정말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만든 셈이다. *IFBB BIKINI PRO

 

BGM 곡명은

 

푸시캣 돌스의 ‘Right Now’. 뮤지컬 곡은 아니였지만, 웅장하고 화려한 느낌도 있고 빅밴드 세션도 들어가 있어서 선택하게 됐다. 결과론이지만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 사진=이정혜 SNS

 

뮤지컬과 연극 쪽 일을 하다가 트레이너로 전향한 건지

 

그렇다. 극단 생활할 때 생계를 위해 투잡을 뛰었는데 연극 분야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힘들다. 당시 여성전용 피트니스센터에서 일을 배우면서 극단 생활을 했다. 몇 해를 그렇게 지내다가 좀 더 안정적인 직업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게 됐다.

 

운동은 원래부터 좋아했나

 

몸을 움직이고 활동적인 걸 즐겨했다. 어릴 때부터 엘리트는 아니었지만 무용도 했었고 발레, 재즈댄스, 힙합댄스 등도 접한 경험이 있다. 그러다 보니 몸을 쓰는 이쪽 분야로 자연스레 넘어온 것 같다.

 

개인적으로 분야를 바꾼 게 탁월한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패턴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극단 생활을 할 때는 연극 자체가 너무 좋지만, 그걸 떠나 불규칙적인 생활이 내게는 맞지 않는 옷 같았다.

 


▲ 이정혜는 시즌 첫 대회였던 2020 NPC 리저널 서울 비키니 오픈 체급에서 2위를 기록했다. 사진=이정혜 SNS

 

올해 시즌 시작이 나바가 아닌 NPC 월드와이드 리저널 서울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 거기서 오픈 체급 2위를 기록했는데 약 3주 간의 공백기 동안 좀 더 보완한 부분이 있다면

 

음…딱히 보완한 부분은 없었다. 늘 하던 대로 내 루틴에 맞춰서 바디 컨디셔닝을 똑같이 유지했다. 다만 한 가지 달랐던 점은 중간에 치팅을 몇 번 했다. 내가 워낙 마른 몸이라 오히려 효과가 있었다.

 

비키니 선수는 과도하게 혈관이 보이거나 살이 갈라지면 감점 요소가 되기에 치팅했던 게 신의 한 수가 됐다. 그리고 앞서 얘기한 개인 무대에 초점을 맞춰서 준비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작년 하반기에 오프시즌에 들어갔는데 올해는 상반기부터 시즌 모드에 들어갔다. 비시즌 기간이 짧아서 힘든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선수 생활 기간이 사실 길지 않아서 아직 정해진 나만의 시즌 루틴이 딱히 없다. 그동안은 내키면 혼자서 대회를 준비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쯤에 *워너비즈(WANNABEZ) 팀에 합류하게 됐고, 팀 코치님들께 올해 상반기 대회 시즌 참가여부에 대해 상담을 했었다. *국내 비키니 선수로 구성된 팀

 

그때 들었던 얘기가 비키니 선수는 다른 종목과 달리 벌크업이란 개념이 없기 때문에 비시즌이 짧은 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상반기에 몰아쳐서 대회를 뛰어야 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주변에서는 ‘비시즌이 길지 않아서 몸이 많이 상하지 않았냐’는 질문도 하시는데,내 몸 자체가 시즌과 비시즌의 갭이 크지 않은 편이라 크게 상관은 없었다. 

 


▲ 팀 워너비즈. 사진=워너비즈 SNS

 

인터뷰를 쭉 진행하다 보니 워너비즈 팀 코치들이 혼자였던 이정혜의 든든한 길잡이가 된 걸로 보인다

 

정답이다.(웃음) 워너비즈에 들어간 후 이정혜라는 사람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멘탈적으로나 운동 그리고 식단까지. 그전에는 늘 혼자 했으니, 궁금해도 딱히 물어볼 곳도, 내가 잘 하고 있는지 확신도 없었다.

 

지금은 궁금한 것도 물어볼 수 있고, 내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조언을 받을 수 있으니 그렇게 든든할 수 없더라. 그동안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준 것에 대해 워너비즈 코치님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워너비즈 팀원들도 정말 많은 힘이 됐다.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서 똘똘 뭉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곁에서 서로 더 응원해주고, 기운을 북돋워 주지 않았다면 상반기를 무사히 완주할 수 없었을 거다. 예전에는 갑자기 우울해져도 오직 혼자 견뎌야만 했는데 이제는 하소연할 곳도 있고, 같은 고민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팀원이 있기에 너무 행복하다.

 

올해 개인 시즌은 끝난 건가

 

지금 당장은 그렇다. 다만 하반기 나바 대회에 참가할 지, 안 할 지는 아직 고민 중에 있다. 무엇보다 당장 코로나 지역감염이 또 발생해 헬스장 문을 닫아야 될 상황이 올 수도 있어서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할 생각이다.

 

선수 이정혜가 꿈꾸던 나바 무대에서 정상을 밟았다. 다음 단계 목표는

 

이번 프로전에서 봤듯이 무대 위에서의 퍼포먼스를 즐기고 좋아해서, 앞으로도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비키니 선수가 되는 게 다음 목표다.

 

컨셉을 직접 생각해서 거기에 맞는 안무와 메이크업, 스타일링 등을 무대 위에서 보여드리고 싶다. 그게 선수 이정혜가 걸어갈 앞으로의 방향성이 될 것 같다.

 

또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나바 대회 심사위원이 되는 것이다. 단순히 내가 출전하는 비키니뿐만 아니라 보디빌딩, 피지크 등의 종목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몸을 가려낼 줄 아는 심사위원이 되고 싶다.

 

인터뷰 소감

 

조금은 두서없었지만 이렇게 내 얘기를 들어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드린다.(웃음) 이번 상반기는 어느 때 보다 감사했고 행복한 시즌이었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테니 지켜봐 주길 바란다. 끝으로 모든 분들이 코로나19 조심하시길 바라며, 힘내시길!

 


▲ 사진=이정혜 SNS

권성운 (kwon.sw@foodnamoo.com) 기자 
<저작권자(c) 개근질닷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등록 2020-05-20 16:38:55 
권성운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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