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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시즌] 기승후 “지난 2년간, 대회만이 유일한 탈출구였다”①

등록일 2020.03.27 16:08 youtube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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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기승후 제공

 

[개근질닷컴] 지난해 보디빌딩계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보낸 선수는 누굴까. 그리고 이들의 2020년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오프시즌>에서는 2019년 시즌 중 개근질닷컴 편집부가 지켜본 인물 가운데 주목할 만한, 올해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를 소개한다.

 

<오프시즌> 네 번째 주인공은 클래식보디빌딩 종목의 Winner, 기후다.

 

기승후는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선발전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결과는 최종에서 탈락. 그렇게 꿈에 그리던 국제 무대 데뷔는 2년 연속 무산됐다.

 

편찮으신 어머님 간병을 병행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간절하게 준비한 선발전이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고진감래(苦盡甘來)라 했던가. 고생 끝에 낙이 왔다.

 

기승후, ‘NGA 초대 그랑프리’의 영예를 거머쥐다

 

기승후는 지난해 7월 국내에서 개최된 ‘2019 제1회 NGA ASIA 내추럴 피트니스 챔피언십’에서 당당히 보디빌딩 종목 MVP와 초대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드디어 국제 무대 데뷔전의 기회가 주어졌다. 대회 참가 경력 10년 만의 일이다.

 


▲ 아시아선수권 최종선발전 당시의 기승후. 사진=김병정 기자

 

2019년 기승후의 시즌(1월~11월)은 유독 길었다

 

지난해 3월 아시아선수권 선발전을 시작으로 시즌 스타트를 끊었다. 국가대표 도전은 18년 세계선수권 선발전 이후 두 번째였다. 첫 도전에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기 때문에 지난해 선발전은 좀 더 철저하게 준비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론 코치아카데미에서 치러진 최종 선발전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하지만 두 번의 도전 모두 이 운동을 하면서 ‘동경의 대상’이었던 선수들과 한 무대에 섰단 사실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됐다. 게다가 지난해엔 최종까지 갔으니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그 다음 단계를 밟으면 될 일이다.

 

동경의 대상?

 

동경하고 가장 존경하는 롤모델이 현역 국가대표 *류제형 선수다. 류제형 선수를 보면서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워왔다. 과거 보디빌딩 일반부만 뛰던 내가 어느 날 류제형 선수의 무대를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류제형 선수는 내가 클래식보디빌딩으로 전향한 이유 자체이기도 하다. 운동에 대한 철학도 훌륭하지만 미(美)친 프레임과 적절한 근육량, 무엇보다 근육의 강도가 정말 본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말그대로 개근질의 표본이 아닐까 싶다. 진심으로 리스펙한다. 언젠가 꼭 같은 무대에 서고 싶다.

 

*류제형은 2017 세계선수권 클래식보디빌딩 오버롤은 물론 2019 세계선수권 클래식보디빌딩 금메달에 빛나는 대한민국 간판 보디빌더다. 기승후에게 있어 류제형은 7년 동안 일반부로만 뛰던 자신의 주종목을 변경하게 만들 정도로 귀감이 되고 존경하는 선수다.

 


▲ 양주시장배(왼쪽)와 한미슈퍼스타 대회 경기 모습. 사진=개근질닷컴 DB

 

아시아선수권 최종선발전 탈락 후

 

원래 2019 시즌 구상은 선발전과 양주시장배(클래식보디빌딩 +178cm 1위), 한미슈퍼스타(클래식보디빌딩 +178cm 1위) 대회를 뛰고 마무리하는 거였다. 그리곤 좀 쉬다가 내년 선발전을 다시 준비하려고 했다. 그런데 우연히 ‘NGA 아시아 내추럴 피트니스 챔피언십’ 대회를 알게 됐다.

 

사실 NGA 전에는 약 10년 동안 대한보디빌딩협회가 주관하는 대회만 나갔다. 그런데 NGA 참가를 결심하게 된 건 스스로가 국제 무대를 밟고 싶은 마음이 생각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NGA는 세계 최초로 시작된 내추럴 피트니스 비영리 단체이기도 했고, 해당 대회 종목 MVP를 거머쥐면 아시아 대표로 세계대회 참가 자격이 주어져서 도전해야겠단 결심이 섰다.

 


▲ 사진=김병정 기자

 

그 결심의 결과는 어땠나

 

최고의 결과를 얻었다. 보디빌딩(B클래스 -180cm) 종목 MVP와 5명의 종목별(보디빌딩·피지크·머슬모델·비키니·우먼스라인) MVP 중 단 한명에게만 주어지는 초대 그랑프리 영예도 거머쥐게 됐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웃음).

 

생각해보면 내 생애 첫 그랑프리다. 그전에는 15년도 오산시장배 일반부(-80kg)에서 받은 근육상이 가장 높은 순위였다. 선수라면 누구나 등수에 대한 욕심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다. 그래서 그랑프리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의미가 절대 가볍지 않다는 걸 알기에 많이 기뻤다.
 

그리고 당시 대회 준비 기간에 어머니께서 혈액암 수술 후 항암 치료를 받는 상황이었다. 가족이라곤 나와 어머님뿐이라 간병과 일, 대회 준비를 병행하며 얻어낸 결과였기에 어떤 상보다 그 의미가 컸다.

 

“힘들었던 지난 2년간, 대회 준비가 가장 쉬웠다”

 


▲ 사진=기승후 제공

 

어머님 병은 언제부터

 

2018년도에 혈액암 판정을 받았고, 그로부터 한달 뒤 말기 판정을 연이어 받으셨다. 그때가 Mr.서울 대회 참가를 앞둔 시기였다. 대회 당일에도 병간호하느라 병원에 있었다. 사실 출전을 포기하려 했는데 어머님이 새벽에 날 깨우더니 대회에 꼭 참가해라고 하시더라. 밤새 간호하느라 피곤한 상태였지만, 결국 참가하게 됐다. 이상하게 성적도 잘나왔다. 어머님 덕분이다.

 

현재 상태는

 

불치병이라 완치는 아니지만 지난해 말부터 건강을 많이 회복하셨다. 2년 2개월 정도 투병 생활을 하셨는데 이제는 거의 병원을 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다. 큰 걱정을 덜어낸 셈이다. 그저 모든 것에 너무 감사하다.

 

사실 이런 말하면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다. 그동안 대회를 뛰면서 최근 2년 간이 가장 힘들지 않았다. 너무 큰 걱정이 한편에 자리해 있으니, 내가 하고 있는 운동과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병원에서 출퇴근하면서 대회 준비를 했는데… 선수분들은 대회 준비 과정 자체가 얼마나 고된 지 아실 거다. 보통 3~4개월간 식단관리부터 운동까지. 정말 뼈를 깎는 과정의 연속이니깐.

 

어머님이 건강하실 때 대회 준비를 하면 늘 배고프고, 예민함이 극에 달했다. 그런데 최근 2년은 이상하게 그런 불만이 1도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대회 자체를 스트레스 푸는 수단으로 사용했던 것 같다. 스스로도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힘든 일상 속 대회만이 유일한 탈출구였다.

 

실제로 2018년도에 간병을 하면서 4~5개의 대회를 뛰었고, 지난해엔 1월부터 시즌을 시작해서 11월에야 끝이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회를 뛰어야만 견딜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감사하다(웃음).

 


▲ 사진=NGA

 

분위기를 바꿔서, 꿈에 그리던 국제 무대로 유턴해보자

 

일단 첫 느낌이 국내 대회장 분위기랑은 정말 180도 달랐다. 국내는 펌핑할 때 보면 긴장감이 감돌고, 분위기 자체가 진지하다. 반면 대회가 치러진 마이애미는 외국 선수들이 ‘대회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처음엔 그런 분위기가 낯설기도 했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동화돼 있더라.

 

물론 외국 선수들 특유의 붙임성에 휩쓸려 간 부분도 있다. 낯선 동양인을 처음 봤는데도 거리낌없이 먼저 대화를 걸어줘서 긴장도 덜 하게 됐던 것 같다. 무대 위에서도 먼 타지에서 온 걸 아는지 우리나라 선수에게 유독 뜨거운 호응을 보내줬다.

 

정말 너무 고맙고 감사한 부분이다. 그런 소소한 것들이 좋은 컨디션으로 프로전에 임할 수 있게 만들었고, 은메달이란 과분한 성적도 받을 수 있었다.

 

힘들었던 부분은

 

대회가 열리는 장소인 마이애미가 한국과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이라 긴 비행시간으로 애를 먹었다. 편도로 거의 22~23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같이 간 선수들은 크게 영향이 없었는데 혼자 시차 적응을 못해서 힘들었다. 대회 전날에도 거의 잠을 못 자서 늘 피곤한 상태였다. 다행히 앞서 얘기한 외국 선수들의 남다른 파이팅에 힘을 내긴 했지만(웃음).

 


▲ 사진=NGA

 

NGA 팀 코리아의 주장 역할을 맡았는데 부담감은 없었나

 

주장이란 게 별거 일 수도 있고,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해 온 터라 그 단어가 주는 무게감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처음엔 팀을 잘 이끌어야 된다는 부담감이 컸다.

 

그런데 팀원들이 이런 내맘을 알았는지 먼저 이끌지 않아도 각자가 알아서 자기 할 일을 척척 해냈다. 팀 케미도 너무 좋아서 서로를 곧 잘 챙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주장으로서 딱히 큰 일을 하지 않은 것 같아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크다.

 


▲ 사진=NGA

 

햄버거 에피소드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 달라

 

지난해 *연말 상영회에서 우스갯소리로 꺼낸 말이다. 그걸 기억하고 계시다니(웃음). 보통 선수들이 대회가 끝나면 먹방에 대한 욕구가 자연스레 솟구친다. 마이애미에서 대회가 끝난 후 NGA 김재근 협회장님이 추천해 준 게 근처 유명한 햄버거 맛집이였다. 이름은 잘 기억나진 않는데 유명한 곳인 것 분명하다. 진짜 태어나서 처음 먹어 본 맛이었다. 메이드 인 USA 햄버거는 달라도 뭔가 달랐다.

*NGA협회에서 팀 코리아의 국제 대회 여정을 촬영 후, 영상으로 제작해 상영회를 가졌다. 해당 행사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은 불우이웃을 위해 쓰였다.  

 

이어 대회 다음날은 관광 스케줄을 소화하고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관광 중에 끼니 때가 돼서 뭘 먹을까 둘러보는 와중에 소문난 음식점을 찾아갔다. 그런데 웨이팅이 너무 길어서 여기서 밥을 먹으면 관광할 시간이 너무 촉박해질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근처 햄버거 가게에서 대충 먹고 일정을 소화했다. 여기까지가 2연속 버거다.

 

더 웃긴 건 한국행 비행 시간을 기다리면서 공항에서 마지막 식사를 했는데, 이른 아침(오전 7시)이라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유일하게 햄버거 가게만 빼고... 결국 한국 오기전까지 3연속 버거 기록을 세웠다(웃음). 의도치 않은 상황이지만 아직도 당시를 떠올리면 웃음이 난다. 재밌는 추억이 생긴 셈이다.

 

협회에서 물신양면으로 도움을 줬다고 들었는데

 

김재근 협회장님을 비롯해 많은 임직원 분들의 도움으로 첫 국제 대회를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보통 로딩을 떡, 쌀, 고구마로 하는데 국제 대회가 처음이라 이 음식들을 어떻게 싸가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 그때 협회에서 고구마 제품을 지원해줘서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협회장님이 현지에서 운전 기사를 자청하신 부분도 큰 도움이 됐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4~5시간이 넘는 거리는 물론 4박 5일 동안 이동할 때마다 늘 운전대를 잡으셨다. 선수들이 오직 대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이 남이 보기엔 작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정말 감동이었다.

 

이외에도 헤어나 메이크업, 비행기표, 숙박까지 전부 서포트해 주셔서 선수들이 들어간 비용은 일절 없었다. 선수 입장에서 보면 메리트가 정말 큰 대회였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좋은 경험을 최상의 환경과 지원 속에서 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오프시즌] 기승후 선수의 인터뷰는 편으로 이어집니다.

 

권성운 (kwon.sw@foodnamoo.com) 기자 
<저작권자(c) 개근질닷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등록 2020-03-27 1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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