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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프리 인터뷰] ‘기면증’ 박성민 “꿈속에서도 덤벨을 들었다”
등록일
2019.08.07 18:25
▲ 머슬마니아 첫 지역 대회에서 클래식(위)과 피지크(아래) 두 종목 그랑프리를 달성한 박성민. 사진=김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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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근질닷컴]
“현실은 꿈을 무너뜨릴 수 있다. 그렇다면, 꿈이 현실을 무너뜨릴 수도 있지 않을까?” - 조지 무어(George Moore) -
현대 의학으로 완치 불가능한 난치병 ‘기면증(嗜眠症)’. 기면증은 밤에 충분히 잤지만, 낮에 이유 없이 졸리고 무기력감을 느끼게 만든다. 흔히 선잠이 들어 착각과 환각에 빠지는 것도 특징적인 증세다.
지난 2017년 박성민은 갑작스레 발병한 기면증 때문에 한동안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창 물오른 근질로 기량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시기였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그렇게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꿈꿔왔던 그랑프리는 쏟아지는 현실의 졸음에 처참히 무너져 버렸다.
하지만 박성민은 포기하지 않았다. 잠이 든 그 순간에도 꿈속에서 덤벨을 들었다. 그렇게 버텨낸 2년에 가까운 시간. 결국 꿈이 현실을 무너뜨렸다.
박성민은 7월 27일 열렸던 ‘2019 머슬마니아 in 부산’에서 탁월한 근질로 경쟁자들을 압도하며 그랑프리 2관왕이란 위업을 달성했다.
<개근질닷컴>
은 기면증을 이겨내고 머슬마니아 첫 지역 대회를 휩쓴 MOM(Man of the Match) 박성민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생애 첫 그랑프리’ 박성민 “다음 목표는 라스베이거스다”
▲ 사진=김병정 기자
한 번 하기도 힘든 그랑프리를 같은 날, 두 번(클래식·피지크)이나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 그랑프리를 목표로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선수로 무대에 오른 이후 처음이다. 과거 그랑프리전에 올라가 본 적은 있지만, 최종 승리를 거둔 적이 없어서 단순히 꿈에서나 그리던 목표였다. 그런데 그 꿈이 이뤄져서 너무 기쁘다. 대회를 개최하고 심사를 해준 분들과 이 자리에 오기까지 도움을 준 지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
그랑프리에 오른 클래식과 피지크 중 실제 주 종목은
처음엔 보디빌딩으로 시작했었는데 몸 자체 매스가 엄청나게 큰 편이 아녀서 최근 주목을 받는 클래식에 집중하고 있다. 피지크 같은 경우엔 운동을 쉬기 전 마지막으로 참가했던 2017 머슬마니아 대회에서 경험했었다. 당시에도 피지크는 주 종목이 아니었기에 몸은 둘째 치고 포징이나 종목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 성적(3위)이 그렇게 좋진 않았다.
▲
‘
2019 머슬마니아 in 부산
’
피지크 미디움 체급 입상자들. 사진=김병정 기자
이번엔 작정하고 피지크도 함께 준비한 건가
메인은 클래식이었다. 개인적으론 한 종목에 더 올인(ALL-IN)하는 스타일이라 ‘두 종목 모두를 완벽하게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내야지’란 마음은 없었다. 어차피 클래식 그랑프리를 목표로 열심히 몸을 만들었으니깐 한 종목만 뛰기엔 아쉽기도 해서 참가한 게 컸다.
다만 지난번보다는 피지크에 조금 신경을 쓰긴 했다. 포징을 더 연습했고, 종목 자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부분이 운 좋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
▲ 2016년 머슬마니아 참가 당시 모습. 24살에 독학으로 만들어낸 훌륭한 근질. 사진=박성민 SNS
당시 MC가 본인을 소개할 때 2016년부터 머슬마니아에 꾸준히 참가했다고 했는데 다른 대회엔 참가하지 않은 건지
2016년도부터는 머슬마니아에만 참가한 게 맞다. 하지만 그전엔 다른 대회에도 참가했었다. 맨 처음 참가한 게 20살 때 여수에서 열린 대회였다.
여수? 집이 *경기도 용인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랑프리 직후 인터뷰에서 용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학생 시절이었는데 학교가 여수에 있었다. 그때 함께 운동했던 헬스장 사람들이 한번 나가보라고 해서 참가하게 됐다. 이후에 여러 대회를 경험했다.
▲
‘
이 맛에 머슬마니아 참가하지!
’
집중 조명(?) 받는 박성민. 사진=박성민 SNS
최근 몇 년간 머슬마니아에만 참가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다양한 대회에 참가하다가 우연히 머슬마니아에 나가게 됐는데 무대 자체가 훌륭했다. 다른 대회보다 조명이나 LED 등이 화려해서 사진이 잘 나오는 부분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대회가 그렇진 않지만 가끔 심사에 있어 편파 판정이란 느낌을 받았던 적이 몇 번 있다. 그런데 머슬마니아는 운동을 독학해온 터라 특별한 인맥이 없음에도 내가 준비한 만큼의 성적을 받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2016년부터 2017년, 올해에 이르기까지 줄곧 머슬마니아에만 참가했다.
2018년도엔 참가하지 않았나
2017년도까지 머슬마니아에 꾸준히 참가했었는데 ‘기면증’ 판정을 받고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기면증?
*기면증: 주간에 참을 수 없이 졸리고 렘수면(REM sleep)의 비정상적인 발현을 보이는 질환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 난치병이다.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서 치료법은 따로 없다. 2017년도에 갑자기 발병됐는데 시도때도 없이 병든 닭처럼 졸음이 쏟아졌었다. 버스 안에서 잠드는 건 기본이고, 길을 걷다 가도, 심지어는 운동 중에도 잠든 적이 많았다.
특히 고중량 웨이트 할 때 위험했겠다
다행히 몸을 완전히 움직이고 있을 때는 기절하는 수준의 잠은 오지 않았다. 대신 졸음이 너무 쏟아져서 ‘이러다 잠들겠다’란 느낌이 든 적은 있다. 한 번은 스쿼트를 하다가 (잠이 와서) 큰일이 날 것 같아 그 자리에 기구를 내려놓고 귀가한 적도 있다.
▲ 사진=김병정 기자
본인 경험상 기면증에서 졸음이 쏟아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3일 정도 밤을 꼬박 새우면 상대방과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 때가 있다. 그런 상태가 24시간 계속되는 거다.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처음엔 나도 기면증이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기면증이란 단어는 알았어도 경험해 본 적은 없으니깐. 당시 일과 대회 준비를 병행했기 때문에 ‘피로가 쌓여서 그런 거다’라고 치부했었다. 그런데 나중엔 서 있다가 잠에 들어 넘어질 정도로 증상이 심해져서 뒤늦게 병원을 찾았더니 기면증이라고 하더라.
이 기면증이 정말 고통스러운 건 단순히 잠에 들었다가 깨는 게 아니라 곧바로 꿈속으로 빠져든다. 나중에는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구별이 안 된다. 예를 들어 분명 집안을 정리했는데, 일어나보니 정리가 돼 있지 않은 거다. 알고 보니 꿈속에서 정리를 실컷 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하루에도 수십번 반복하다 보면 나중에는 가뜩이나 몸 상태가 3일을 꼬박 새운 것 같은 몽롱한 상태에서 생활 자체가 안될 정도로 맛이 가버린다. 결국 너무 힘들어서 1년 넘게 일도, 운동도 관두고 집에서 거의 요양하다시피 지냈다.
지금은 호전이 됐나
난치병이라 치료약은 따로 없다. 대신 카페인처럼 뇌를 각성시켜서 잠드는 걸 어느 정도 억제해주는 약이 있어서 초반에 기면 증상이 심할 때 처방받아 먹었었다. 지금은 약을 먹지 않을 정도로 많이 호전된 상태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고 좋은 성적도 받을 수 있었다.
▲ 사진=김병정 기자
기면증임에도 그랑프리 2관왕에 올랐다. 꿈속에서도 운동한 게 아닌가
그럴지도 모른다(웃음). 사실 기면증 판정 후에도 한 번씩 운동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늘 만족스럽지 못했다. 아무래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수행능력은 물론 집중력 자체가 떨어지니깐.
대회가 끝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다음 행선지는
올해 최종 행선지는 11월에 열리는 미국 머슬마니아 세계 대회인 ‘피트니스 아메리카 위켄드 라스베이거스(Fitness America Weekend Las Vegas, 이하 라스베이거스)’다. 그전에 9월 21일 개최되는 ‘2019 머슬마니아 피트니스 코리아 챔피언십’은 아직 생각 중이다. 만약 나간다면 라스베이거스 대회 전에 컨디션 점검 목적으로 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라스베이거스 대회 출사표 한 마디
매스가 작은 편이라 당분간 체중도 좀 늘리고 약한 부위들을 보완해서 라스베이거스에 가서도 그랑프리는 몰라도 최소한 체급 1위는 꼭 달성해 돌아오겠다.
권성운 기자(kwon.sw@foodnamoo.com)
권성운
(kwon.sw@foodnam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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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9-08-07 18:25:08
권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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