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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위암 3기’였던 최서영, 죽음의 문턱 넘어 태극전사로

등록일 2019.07.03 15:44 youtube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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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선수권 2차 선발전 무대에 선 최서영. 사진=최서영 인스타그램


[개근질닷컴] 최서영은 답했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015년 ‘Ms. 코리아’ 보디 피트니스 종목 체급 1위 후 ‘아시아선수권’ 참가를 준비하던 최서영은 위암 3기 판정을 받았다.

그렇게 그녀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고 국가대표의 꿈을 포기했다. 하지만 그녀를 보디빌딩으로 이끈 스승님은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다. 암 환자 최서영을 매일 같이 찾아와 “힘들어도 일어나서 걸어봐라”, “뭐하냐 역기 들러가자”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했다. 그 말에 결국 넘어간 최서영은 힘든 몸을 이끌고 아침 저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국가대표의 꿈이 생각났다. 그리고 스승님에게 물었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스승님이 말했다. “앞으로 남들보다 더 운동해야 하고, 더 먹어야 하고, 더 노력해야한다”

그리고 최서영은 대답했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서영의 결심은 틀리지 않았다. 항암치료를 잘 견뎌냈고, 지난해 ‘제52회 아시아선수권’ 무대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4위에 입상했다. 그리고 2019년, 그녀는 이제 국가대표의 꿈을 넘어 아시아선수권 메달을 꿈꾼다.

“나는 트로피를 들었을 때 내 모습을 생각하며 노력하고 노력했다”


▲ 아름다운 활배근과 척추 기립근. 사진=최서영 인스타그램


2회 연속 국가대표 선발 대단하다.

기분이 너무 좋다. 작년과 올해 바늘구멍을 통과했다고 생각한다. 국가대표의 자부심도 느껴지고.

작년은 4위로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올해는 어떨 것 같나

사실 작년은 단점이 없는 완벽한 몸이라고 생각했다. 완전한 착각이었다(웃음). 그건 단지 나의 생각이었을 뿐, 아시아 무대에 섰을 땐 그렇지 않더라. 돌아와서 등수를 바꿔보려고 무대에 섰을 때 느꼈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어떤 부분이 단점인가

상체 매스와 복근이다. 위암 때문에 복부를 가르는 수술한 적이 있다. 배를 열며 그쪽 신경이 다 잘렸다. 그 이후 복부 쪽 근육이 예전만큼 생기지 않는다. 너무 스트레스받는 부분이지만 다른 부위를 더 키우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 지금 복부 외 다른 부위는 아주 잘 큰다. ‘복부가 안 되니까 다른 부분을 더 최고로 키워보자’라는 생각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

‘그래 복부가 70%면, 다른 부위는 100%로 가자’ 이런 식으로!

멋진 생각이다. 그렇다면 본인의 장점은 뭔가

하체라고 생각한다. 실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25살까지 육상을 했었다. 그래서 하체 쪽은 자신있다.


▲ 하체 운동중인 최서영. 무게가 상당하다. 사진=최서영 인스타그램


육상?

20대 때 포항시청 소속으로 실업팀 선수였다. 전국체전 허들, 3단 뛰기에서 1위 한적도 있고(웃음). 어릴 때 워낙 발이 빨라서 학교 대표로 ‘부산시육상대회’에 나갔는데 1위를 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육상선수가 되었다.

전국체전 1위 선수가 왜 그만두었나

학교가 다니고 싶어졌다. 20살 때 동국대학교 입학을 해놓고 실업팀에 들어가 육상을 했다. 어느날 공부가하고 싶어 25살에 다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미래도 생각한 부분이 있고(웃음). 대학교에 가선 운동을 안 했다. 스물 중반까지 운동만 하고 살다 보니 운동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보디빌딩 선수 생활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졸업 후 헬스를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대회에 나가보라는 제안을 많이 받았다. 그때는 다이어트가 하기 싫어서 대회 생각은 일절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티비를 봤는데 유명 보디 피트니스 이진원 선수가 나왔다. 그 선수에 반해서 대회에 참가해보자 결심했다. 

그렇게 2015년, 내가 35살에 첫 대회 미즈 코리아에 도전했다.


▲ 미즈 코리아 보디 피트니스 종목 +168cm 체급 1위를 거머쥔 최서영. 사진=개근질 DB


첫 대회가 미즈 코리아? 성적은?

그렇다. 종목은 보디 피트니스였고, +168cm 체급 1위를 했다(웃음). 워낙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해서 근성과 기본 토대가 남달랐다. 그리고 1위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우리 스승님이다.

스승님은 어떤 분인가? 

이용우 스승님. 양산시에서 트레이너로 근무중이었는데 아는 분이 소개시켜줬다.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도 전반적인 스케쥴을 다 짜 주신다. 초기엔 운동방법부터 경기 운영 하는 법까지 웨이트에 대한 모든 걸 배웠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나의 은인이다.


▲ 제52회 아시아선발전에서 만난 박선연. 사진=최서영 인스타그램


존경하는 선수는 누군가

워낙 많지만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에 같이 참가하는 박선연 선수를 좋아한다. 작년에 몽골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만났다. 처음엔 박선연 선수 컨디션에 방해가 될까 봐 말을 거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먼저 다가와 나에게 보디 피트니스 선수로서 그에 맡는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라고 조언해줬는데 그게 너무 큰 힘이 됐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반해버렸다(웃음).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두 번째 만남이라 감회가 새롭겠다

물론이다. 워낙 대단한 선수이고 지식도 해박하다. 건강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는데, 내가 위암 수술 후 단백질 흡수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하자 내 몸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음식이나 식단을 많이 추천해줬다. 그런 요소 하나하나가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운동을 하면서 원동력이 되는 분들은 더 없나

당연히 가족들이다. 가족들 얘기만 나오면 왜 이렇게 눈물이 나오는지(떨리는 목소리). 이래서 가족 얘기를 잘 못 하겠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아팠을 때 내 옆에서 항상 지켜 주셨다. 자식이 아프면 얼마나 힘들겠나. 부모님 앞에선 아프지 않은 척 계속 참았지만... 내가 고통을 참는 걸 당연히 알고 계셨고 모습을 보면서 많이 속상해하셨다.

그래도 다시 건강을 찾아서 다행이다

이제 운동은 제발 살살 하라고 옆에서 말하신다. 요새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기절하실 거다(웃음).

‘위암’은 분명 최서영 인생의 가장 큰 사건이겠다

내가 아픈 걸 2015년 미즈 코리아 대회가 끝나고 알았다. 대회 전 다이어트 기간에는 초인적인 힘이 생겨서 힘든 걸 모른다. 그렇게 평상시대로 운동했고 대회 끝나고 나서야 몸이 아픈 게 느껴지더라. 아래위로 다 피를 쏟고 그제야 병원을 찾아갔다.

의사 선생님이 왜 이제 찾아왔냐고 묻더라. 거의 3기에 가까운 상태였으니까. 서울에서 수술해도 늦었으니까 지금 부산에서 바로 진행하자고 해서 그렇게 수술실로 들어갔다.


▲ 그녀를 일으켜 세워준 스승님 이용우. 최서영은 그를 두고 인생의 스승이자 은인이라고 했다. 사진=최서영 인스타그램


얼마나 충격이었을지 상상이 안 간다

미즈 코리아 체급 1위 후 꿈이 생겼었다. 내년은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꿈. 수술하는 순간 그 꿈은 무너졌고 항암치료에 들어갔을 땐 더 이상 재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항암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더라.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님에게 너무 죄송하고 괴로웠다.

다 포기한 그때 스승님이 매일 같이 병원에 찾아와 약해진 나를 응원해줬다. ‘힘들어도 일어나서 걸어봐라’, ‘뭐하냐 역기 들러가자’ 그렇게 말을 하는데 그게 되겠나(웃음). 그런데 그 말을 계속 듣다보니까 ‘그래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침 저녁으로 운동을 조금씩 시작했다.

지금 상태는 어떤가

이제 일 년 동안 아무 이상이 없다면 완치 판정을 받게 된다. 6개월에 한 번씩 검사를 받고 있다. 지금은 그런 과거는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선수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이다. 암 환자에게 식단은 아주 중요할 텐데

함부로 먹지 못한다. 무조건 익혀야 하고 날 것은 피해야 하고. 위암 식단은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하는데 마침 보디빌딩 식단은 기름기 없는 음식이 대부분이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지방보다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므로 식단은 큰 문제가 없다.


▲ 암 투병 당시 최서영. 사진=최서영 인스타그램


그렇게 암을 극복하고 선수에 다시 도전한 것이 그저 대단하다

처음 운동을 다시 시작했을 땐 대회를 뛰겠다는 생각보다 그저 다시 건강을 되찾자는 생각이 더 강했다. 근데 하다 보니까 옛날 꿈이 기억났다. 그래서 스승님에게 수술 전 국가대표를 해보고 싶다는 꿈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스승님은 “앞으로 남들보다 더 운동해야 하고, 더 먹어야 하고, 더 노력해야한다”면서 나의 각오를 물었다.

그때 대답했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그 꿈이 암을 극복할 수 있는 동기부여였나

제일 컸다. ‘꿈을 이루고 싶다는 것’, ‘내 몸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는 것’. 무대에서 다른 선수들과 당당하게 겨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일으킨 동기부여였다.

그럼 최서영 선수는 무조건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아시아선수권 선발전을 준비하면서 의구심이 많이 들긴 했다. 몸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지만,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 아주 큰 도움이 됐다.

선발전 준비할 때 내 베스트 친구는 내 몸상태도 같이 확인해주고 의상도 같이 봐주면서 물심양면으로 나를 도와줬다. 그렇게 무대를 마치고 내려왔는데 울고 있는 친구를 보면서 얼마나 뭉클하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이런 친구들이 있어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 국가대표의 꿈을 이룬 최서영. 사진=최서영 인스타그램


암 수술 후 본인에게 있어 바뀐 부분이 있다면

예전보다 많은 휴식 시간을 갖는다. 암 수술 전에는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아침저녁으로 무리해가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피곤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운동을 했는데 이제는 바뀌었다. 한번 할 때 최선을 다하고 남은 시간은 충분히 쉬면서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잠도 충분히 자고(웃음). 아, 취미생활로 관상용 새우도 키우면서 마음을 차분히 만들고 있다.

이제 건강은 좋아졌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맑아져야 한다. 내가 정신력이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닌데 강해지려고 노력한다. 이젠 마음을 다스리면서 살고 있다.


▲ 제52회 아시아선수권 무대 위 최서영. 사진=최서영 인스타그램


부상 후 재활하는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모든 걸 극복했을 때의 모습을 항상 상상했으면 좋겠다. 나는 트로피를 들었을 때 내 모습을 생각하며 노력하고 노력했다. ‘내가 운동을 해봤자, 이젠 다른 선수들보다 뒤처질 텐데’라는 부정적인 생각은 버리고 긍정적으로 도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허준호 기자(hur.jh@foodnamoo.com)
개근질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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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9-07-03 15: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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