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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amp] 김선희 “살려고 한 운동이 인생 목표가 됐죠”①

등록일 2019.02.28 21:27 youtube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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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젤예’ 비키니 피트니스 선수 김선희. 사진=스튜디오 U

[개근질닷컴] ‘세상에서 제일 예쁜’건 뭘까?

2018년 혜성처럼 등장, 각종 대회 비키니 피트니스 1위를 석권하며 그랑프리까지 들어올린 김선희(파고다헬스클럽)와 인터뷰하는 내내 이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노력으로 쌓은 계단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성공한 이들은 자신에게 엄격한 경우가 많다’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인생에서 쉽게 배울 수 있는 교훈이다. 하지만 험난한 인생에서 이런 ‘당연함’을 잊기 쉽다. 

하지만 운동선수에게 평상심, 근성은 귀중한 자산이란 건 분명하다. 수년간 각종 스포츠 종목 최정상급 선수를 만나며 기자가 확인한 팩트(fact)였다. 
 
그 과정에서 엿보이는 엄격한 자기 검열과 만족을 모르는 마음가짐, 최고를 지향하는 예민함은 일류 선수에게서 유독 자주 확인했던 기질이기도 했다.

김선희와 인터뷰하면서 잊고 있었던 당연함의 그 가치와 귀중함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밝은 미소 속에 숨겨진 지독할 정도의 절제와 자기관리, 승부욕은 김선희가 ‘세상 제일 예쁜 비키니 선수’이자 ‘사람’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2018년보다 2019년이 더 기대 되는 선수, ‘세상 제일 예민하게’ 단련하며, 쇠질에 매진하는 김선희를 <개근질닷컴>이 만났다.

세상에서 자신에게 제일 예민한 비키니 선수


▲ ‘세젤예’ 비키니 피트니스 선수 김선희. 사진=스튜디오 U

개근질닷컴 취재진이 꼽은 2019년 가장 기대되는 비키니 피트니스 선수로 뽑혔습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우선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굉장히 기뻤죠. 정말 기분이 좋았거든요. 저는 이제 막 선수 생활 시작한 선수인데 벌써 ‘기대’를 받게 된 것이잖아요.

또 개근질닷컴은 보디빌딩&피트니스 업계 선수들이나 운동을 좋아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항상 주목하는 미디어니까요. 그렇기에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편으론 부담이 됐어요.

부담이라면?

제가 절 설명할 때 ‘세젤예’란 표현을 써요. ‘세상에서 젤 예쁜’의 줄임말은 아니고요(웃음). ‘세상에서 제일 예민한’의 줄임말이거든요. 우리 조카가 지어준 말인데 조항구 사부님도 들으시더니 ‘그거 맞는 말이다. 넌 세젤예 비키니 선수’라고 하더라고요.

얼마나 예민하길래요

타인에겐 부드럽고 둥글둥글하지만 나 자신에겐 엄격하고 예민한 면이 있어요. 그래서 감사하면서도, 부담이 됐던 거죠.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봐. ‘성적이 안 나오면 어떡하지’란 생각이 곧바로 들었어요. 그리고 조금의 부끄러움도 있었죠.

괜한 걱정 같은데요

저는 제 성격을 잘 몰랐는데 주위에서 ‘너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말을 많이 해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란 말도 많이 하시더라고요. 사부님이 지금까지 많은 여성 선수를 육성했는데 ‘너 처럼 한 선수는 없었어’라고.

어떤 부분이요?

보통 시즌 준비 기간이 길기 때문에 사부님이 한 두 번쯤은 마음껏 먹는 ‘치팅데이’로 풀어주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때 저는 대회 때 내가 원하는 몸이 안 나올까봐 겁이 나서 정말 먹고 싶은데도 눈앞의 음식을 두고도 전혀 먹질 못했어요. 그걸 보고 ‘넌 정말 역대급으로 예민해’라고(웃음)

김선희는 지난해 서울특별시협회장배 1위, 강남구협회장배 1위와 여자 그랑프리 대상, MR.YMCA 1위, 광명시장배 2위, 인천광역시장배 3위에 오르는 등 대회 출전 첫해만에 훌륭한 성적을 올렸다


▲ 2018 MR.YMCA 비키니 피트니스 체급 1위에 오른 김선희. 사진=이일영 기자

지난해 대회 얘길 해볼게요. 출전한 대회마다 상위권에 입상하고 그랑프리까지 곧바로 들어올렸습니다. 이런 비결이 뭘까요.

그것도 ‘세젤예’ 덕분인 것 같아요(웃음). 조항구 사부님께 대회에 나가보고 싶습니다라고 했더니 그럼 오늘부터 들어갈래?라고 물으셨어요. 전 그때 대회 출전에 대해서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고요.

그래서요?

결정했으니까 그냥 ‘네, 오늘부터 (운동) 더 하고 가겠습니다’라고 했죠. 그때가 저녁이었는데 사부님이 처음 한 말씀이 ‘그럼 넌 오늘부터 닭가슴살, 고구마, 소량의 채소만 먹어. 다른 건 물 빼고 아무것도 먹지마’였어요. 그리고 말도 안되게 결정한 그날부터 그 루틴을 시작했어요.

그 게 2018년 4월 11일이었는데 시즌 오프한 10월 말까지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운동을 했었죠.

하루도 빼놓지 않고요?

네. 그때 전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았던, 운동을 쉬고 있는 그냥 회사 다니는 일반인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결정한 이후부턴 사부님이 먹으라는 음식만 먹고, 하라는 운동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했어요. 오히려 몰래 숨어서 더 할 정도로 욕심을 냈어요.

식단 관리는 힘들지 않았나요

당연히 힘들었죠. 하지만 그냥 속 편하게 ‘내가 먹을 수 있는 게 없다’라고 생각했어요. 하루 세 끼에, 매 끼니마다 닭가슴살 100g, 고구마 작은 사이즈 2개, 채소 조금. 딱 그렇게 세 가지만 먹었어요. 
 
채소는 방울토마토 5개가 기준이었는데 많이 먹으면 배가 불러서 위가 작아지지 않으니까 다른 채소도 딱 그 정도만 먹었죠. 그렇게 하루 세 끼 만요. 그 외엔 물 빼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대단하네요. 원래 식탐이 없는 편인가요

아니에요. 저 먹는거 엄청 좋아해요. 음식 얘길 달고 살아요. 입으로 푸는 거죠. 그래서 대회 끝나고 지난해 11~12월 동안엔(웃음). 그런데 살이 잘 빠지지 않는 편이라서 시즌 중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 알고보면 비글미 넘치는 김선희. 사진=스튜디오 U
 
운동은 어떻게 했나요

회사 다닐 땐 오전 6시부터 산을 타는 걸로 시작했어요. 눈 뜨면 산이었죠. 이후 트레이너로 전향하고 나선 센터 출근이 여섯시 였으니까 3시반, 4시에 일어나서 등산을 갔어요. 혹은 센터에 일찍 가서 유산소 운동을 했습니다.

또 근무 중엔 보통 트레이너들이 회원들에게 말로 운동을 지도하잖아요. 전 운동 루틴을 만들어서 그 프로그램을 회원들과 같이 했어요. 다이어트를 하는 회원들을 주로 모집해서 또 뛰었죠. 그리고 오후엔 3시부터 파고다 헬스클럽으로 이동해서 사부에게 지도를 받으면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합니다. 그리고 끝나면.

또 있나요?

다시 산으로 갑니다. 거기서 추가 운동을 하는거죠

또요?

(쑥스러워 하며) 네. 대회 시즌 땐 헬스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는 식으로요. 사부님이 말려도 더 하겠다고 매번 고집을 부렸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요.


▲ 김선희는 2018년 봄, 여름, 가을 내내 산을 오르고 또 올랐다. 그렇게 흘린 땀방울이 결국 트로피로 돌아왔다. 사진=김선희 제공

(웃으며) 제가 지금 1980~2000년대 초, 합숙 하고 있는 운동부 얘길 듣고 있는 건가요?

이런 얘기 좀 웃기지만 제가 생긴 건 ‘도시여자 같다. 화려하게 생겼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되게 FM(표준)이에요. 취미가 운동 외에 없어요. 
 
술 마시고, 놀러다니고, 친구들 만나고 그런 취미가 없거든요. 회사 다닐 때도 직장, 헬스장, 집 외에 다른 곳엔 다니질 않았어요. 그리고 강아지 산책까지. (웃으며) 조금 이상하게 살았죠.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각자 다른 선택인거지 이상하다고 말할 순 없죠.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가요?

생애 첫 대회 출전 때 얘길 해볼게요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나갔던 대회가 2018년 제16회 서울특별시협회장배 보디빌딩선발대회였어요. 무대 전까지 엄청 긴장하고 있었죠. 그러다 대기중에 이연이 선수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짧은 시간 대화를 나누곤 마음이 참 편안해졌어요. 이연이 선수가 뭐랄까,
 
?

굉장히 말을 예쁘게 하셨어요. 조곤조곤한 말투에 부드럽고 점잖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얘길 들으면서 긴장이 많이 풀렸어요.


▲ 김선희(왼쪽)와 이연이(오른쪽)는 2018년 비키니 피트니스 종목에서 가장 돋보였던 선수들이었다. 무대 위에서 최고의 경연을 펼친 이들은 무대 아래에선 동업자 정신으로 덕담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사진=이일영 기자
 
어떤 얘길 해줬길래요

이연이 선수 경험담이요. ‘대회를 몇 차례 출전했지만 나도 항상 떨린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 괜찮은 것 같다. 좋은 결과가 날 것 같다’고 용기를 불어넣어줬어요. 그렇게 의기투합 해서 서로 응원도 해주고 ‘으샤으샤’했어요. 그 이후 다른 대회에서 만났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고요.

대회장에서 그런 인연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죠?

지난해 여러 대회에 출전해보니 선수들도 부류가 다양하다는 걸 느꼈어요. 견제하고 기 싸움하는 선수들도 많거든요. 계속 째려보고(웃음) 그런데 전 그런 성격은 아니라서요. 그래서 좀 푼수 같은 일도 있었는데.

?

비키니 선수의 경우 대회별로 쿼터턴(Quarter turn) 포즈 도는 방향이 다르거나, 경기 도중에 방향이 다시 바뀌는 경우가 꽤 있어요. 한쪽 방향으로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한 선수 입장에선 그 변수가 생기면 굉장히 당황하거든요. 또 무대에서 긴장했기 때문에 그걸 빨리 캐치하고 평정을 찾는 게 어려울 때도 있어요.

사소한 변화도 크게 느껴질 수 있죠

무대 앞두고 대기하는 데 그 생각이 나서 함께 출전한 선수들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우리 다같이 가서 앞 순서 경기를 확인하자’라고 제안해서 경기를 본 적이 있어요. 말했던 대회도 예전과 다르더라고요. 사전에 준비를 한 덕분에 무대에 오른 선수들이 전부 당황하지 않고 경기를 마칠 수 있었어요.

경쟁이니까 자신만 알 수도 있었잖아요

물론 다른 사람이 실수해서 상대적으로 제가 이득을 볼 수도 있죠. 하지만 전 이게 푼수 같아도,바보 같아도 함께 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경기 전에도 같이 무대에 오르는 선수들에게 꼭 ‘힘내라’는 말을 하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편이에요.

일종의 동업자 정신일까요?

(잠시 말을 멈춘 이후) 말 그대로 생고생(웃으며)하는 운동이잖아요. 그 과정을 아니까요. 대회에 출전했다면 다들 목표는 하나일테고, 그 결과를 만드는 건 각자의 몫인 거죠. ‘무대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심판위원들에게 노력의 결과를 평가받는 것’이란 생각을 해요. 그렇기에 다른 선수들은 경쟁 상대가 아닌 ‘함께 무대를 즐기는 이’로 느껴져요. 제 성격상 또 그게 편하고요.

살기 위해 시작했던 운동, 어느덧 목표가 되다


사진=스튜디오 U

어떻게 운동을 시작하게 됐나요

처음엔 살려고 시작했어요. 제가 2004년에 교통사고가 크게 났어요. 상대 쪽 운전자가 졸음 운전을 했습니다. 경사가 심한 길에서 제가 찬 타가 신호 대기 중이었는데 비탈길 위에 있던 대형 SUV가 뒤에서 충돌했고, 차량 뒤가 다 찌그러져서 반파가 됐어요. 저는 뒷자리에 있었고요. 제가 앞자리에서 뒷자리로, 다시 뒷자리로 몇 차례 튕겨나갔을 정도로 충격이 컸어요.

정말 큰 사고였네요

허리, 목, 등, 어깨까지 최소 전치 8주 입원 진단이 나왔는데 일을 쉬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병원 허락 없이 퇴원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 이후에 후유증이 심하게 왔습니다.

어떻게요?

한창 젊은 나이였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몸이 그렇지 않더라고요. 통증 때문에 나중엔 잠을 잘 수 없을 정도가 됐고, 마비가 와서 걷기 힘든 지경이 됐죠. 그런데 거기다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잠도 제대로 안 자고 무리를 했더니 결국엔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몸이 망가졌어요. 

진짜 심각했었네요

정말로 생존을 위해 재활 치료를 시작했죠. 긴 시간이 걸려 겨우 제대로 움직이게 되고, 바로 걷게 되는 그 지루한 과정을 정말 오랫동안 겪었어요. 통증 때문에 20분 잠들고, 다시 깨고 이 생활을 거의 10년 정도 한 것 같아요.



그리고 2012년부터 재활 목적으로 걷기 운동과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너무 재밌는거예요. 몸 기능이 일반인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았는데도요. 그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어요. 어깨충돌증후군이 생겨서 팔을 이정도(몸통 기준 35도~40도 내외) 밖에 들지 못했거든요. 그 몸으로 운동 하면서도 좋아서(웃음) 기를 쓰고 했어요.


▲ 사진=스튜디오 U

본격적으로 선수가 되겠다는 마음을 품은 건 어떤 계기였죠

종로로 이사 온 이후에 파고다헬스클럽으로 운동 장소를 옮겼어요. 그리고 파고다헬스클럽 진광식 관장님께서 절 보자마자 ‘선수로서 정말 좋은 몸’이라며 ‘비율이나 체형이 진짜 좋은데 대회에 한 번 나가보지 않겠냐’며 권유하셨습니다.

확실한 장점이 있었나 봐요

(쑥스러워 하며) 아무래도 체형 같은 부분에서 비키니 피트니스 선수로서의 장점이 있다고. 그런데도 성격이 소심했고, 숨고 싶어하는 성격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조항구 사부님을 만나게 됐고, 즐겁고 열정적인 분위기에서 3년 동안 쭉 운동만 했어요.

그 기간에도 사부님과 관장님이 계속 대회 출전을 권유했어요. 그 덕분에 저도 용기를 내서 지난해 드디어 결심을 하고 ‘늦깎이 데뷔’를 했습니다.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되겠다’ 싶었죠.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나서면서, 자꾸만 숨고 싶어하는 나를 극복하고 싶어졌어요.

김선희의 2018년 대회 출전기와 첫 그랑프리에 오르는 과정, 35년 전통의 명문 파고다헬스클럽의 ‘파벤저스’와 김선희의 이야기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김원익 기자(one.2@foodnamoo.com)
 
김원익 (one.2@foodnamoo.com) 기자 
<저작권자(c) 개근질닷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등록 2019-02-28 21: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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