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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운의 人사이드] 방승휘 “몸 쓰는 건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해봤다”①

등록일 2019.02.12 16:03 youtube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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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은 미소만큼이나 즐거운 인생을 살아온 방승휘. 사진=이일영 기자
 
[개근질닷컴] 동지애 혹은 동료의식의 제스처, 하이파이브(High Five)  
 
제3자가 우리 두 사람을 동료로 보기엔 갭(gap)이 있다. 그런데 웬걸 그와 대화하면서 몇 번이나 맞장구를 쳤다. 한쪽이 손을 들면 상대방도 거리낌 없이 손바닥을 마주쳤다. 
 
아마도 비슷한 또래만이 가질 수 있는 공감대가 컸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 이유다. 결국, 인터뷰 말미엔 ‘몸 쓰는’ 그의 즐거운 인생을 응원하게 됐다. 과장 좀 보태서 요즘 말로 ‘입덕했다’는 말이다. 
 
지난해 서울특별시장배 보디빌딩대회에서 생애 첫 그랑프리를 거머쥐며 꽃길을 걷고 있는 방승휘. 사람 냄새 풀풀 나는 그와의 쿵! 짝! 맞는 인터뷰 <개근질닷컴>에서 지금 확인해 보자.

팔방 미남 방승휘의 ‘즐거운 근육 史’

▲ 사진=방승휘 제공


(악수하며) 만나서 반갑다

반갑다. 목동에서 PT샵 머슬팜짐을 운영하고 있는 방승휘라고 한다. 올해 37살이고 보디빌딩 선수로 계속 활동 중이다. 짬(경력)은 12년 됐다.

선수 경력만?

선수 경력만 12년이다. 사실 본격적으로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려고 한 4년 정도 준비한 기간까지 포함하면 더 길다. 그 기간에 생활체육지도자(보디빌딩) 자격증을 준비했고 군대도 다녀왔다.

육군?

유격 조교로 복무했다.

나도 유격 조교였다

(서로 가볍게 주먹 부딪히며) 유격 없는 기간에 운동할 시간이 많았다. 게다가 선임들에게 체육과를 나왔다고 말했더니 운동을 함께 하자고 했다. 나야 더할 나위 없었다. 워낙 운동을 좋아했으니 전우애로 서로 도와주면서 열심히 파이팅 했다.

계산해보면 21살 때부터 보디빌딩 운동을 시작했다. 계기가 있나

어릴 때부터 농구를 좋아했다. 중고등학교 때 3:3 길거리 농구대회에도 자주 출전했다. 농구 할 때 웨이트 트레이닝이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몸싸움에서 많이 밀린다. 몸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평소 웨이트 트레이닝을 조금씩 했었다. 그리고 체대에 일반 전형으로 들어간 후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보디빌딩 운동을 하게 된 것 같다.

1학년 때부터?

맞다. 자격증을 빨리 취득해야 나중에 취업 전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인터뷰 후 아무리 찾아도 농구 관련 사진이 없어 직접 농구공을 들고 촬영해서 보내준 방승휘. 그는 역시 열정 만수르임에 틀림없다. 사진=방승휘 제공


농구는 체대 입시 이후에도 계속했나

농구는 대학교 가면서 흥미가 많이 떨어졌다. 중·고등학교 때 취미로 했다. 어릴 때부터 좋아한 스포츠가 농구다. 아마 초등학교 때부터였던 것 같다.

혹시…슬램덩크?
*슬램덩크: 1990~1996년 일본 슈에이사의 만화잡지 [주간 소년점프]에 연재된 농구 만화. 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농구 붐을 주도했다.

(하이파이브하며) 슬램덩크는 불후의 명작이다. 게다가 그 시기가 마이클 조던, 찰스 바클리 등 그야말로 농구 붐이었다. 나도 당시 주류에 뛰어든 셈이다. 엘리트는 아니었지만 친구들이랑 즐겁게 했다.

포지션은?

스몰포워드를 주로 했는데 올라운드 플레이어였다.

그건 정확히 서태웅(슬램덩크 주인공 중 한 명)인데

(웃음) 얼굴이 안 닮았다.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운동이다. 혹시 농구에 흥미가 떨어진 이유가 보디빌딩 때문인가

농구가 싫어지거나 했던 건 아니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 준비 중에 체중과 함께 근력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지구력과 스피드가 떨어졌다. 그래도 농구를 하긴 했는데 체중이 늘어나니까 부상이 잦았다. 이전만큼 몸 컨트롤 하기가 버겁고, 뼈에도 무리가 갔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농구를 조금씩 피하게 됐다. 그 이후 완전히 보디빌딩으로 돌아섰다.

왜 하필 보디빌딩이었는지

2000년대 초반에 몸짱이 한창 유행이었다. 몸이 좋으면 여자들한테 인기도 많고….

인기 많았나?

(웃음) …노말(Nomal)이라고 해 두자. 당시 운동하면서 선배 권유로 ‘머슬 앤 피트니스’라는 잡지를 정기구독했다.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따는데 도움 되는 내용이 많았고 잡지에 실린 로니 콜먼 같은 선수의 몸을 보면서 동기부여도 됐다. 그렇게 보디빌딩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대학 졸업 후에는 선수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선수 생활을 12년 동안 했다. 트레이너도 병행한 거로 알고 있다

트레이너 생활도 그 정도 했다.

병행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렇다. 트레이너 생활과 대회 준비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많이 힘들었다. 대회 출전을 위해 다이어트와 운동하면서 회원들까지 케어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다. 
 

▲ 방승휘는 몇 해 전 소속 트레이너에서 벗어나 머슬팜짐을 운영 하고 있다. 사진=이일영 기자

지금은 소속 트레이너가 아닌 머슬팜의 대표(CEO)가 됐다. 직접 운영해보니 어떤가

사실 (과거에 일했던 짐의) 대표를 원망했던 기억이 적잖다.

원망?

머슬팜짐 운영 전에 헬스장 두 곳에서 5년 정도 매니저(관리자)로 일했다. 일하면서 매출을 400% 정도 신장시킨 적도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대표가 나부터 시작해서 전 직원의 급여 조건을 낮췄다. 당시 대부분의 직원이 이 문제 때문에 일을 관뒀다.

본인도?

나는 매니저라 그만두기에는 입장이 애매했다. 헬스장이 어려웠던 건 아니다.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매출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그것과는 별개였다. 알고 보니 대표의 과도한 돈 욕심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직원들이 그만두고 회원들도 줄어들면서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다. 트레이너 일을 하면서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대표들을 꽤 만났다. 의외로 많다. 현재, 일했던 두 곳 모두 망했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먼 건가

그렇다. 매출이 성장하면 ‘너희가(트레이너) 아니라도 원래 이렇게 잘 되는 곳이다’라고 생각한다. 트레이너들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결국엔 본인들 손해란 걸 모른다. 이런 일들이 되풀이되는 게 싫어서 ‘차라리 직접 제대로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머슬팜짐을 오픈하게 됐다.

앞서 안 좋은 운영 사례들을 직접 지켜봤다. 머슬팜짐의 대표로서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 나갈 계획인가

지금 여자친구와 단둘이서 운영 중이다. 20평 정도 되는 소규모인데 3년 정도 됐다. 여러 이유로 헬스장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셔터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될 수 있으면 오래 하고 싶다. 이곳을 찾은 회원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도와주고 싶다. 단골 중에는 머슬팜짐 전부터 내게 배웠던 회원들도 꽤 된다.

회원이 짐을 따라다닐 정도면 방승휘라는 사람의 매력이 상당한가 보다

(손사래를 치며 웃음) 그 정도까진 아니다.
 

▲ 일할 때 꾀많은 여우보다 우직한 곰을 닯은 방승휘. 사진=이일영 기자


회원들을 가르칠 때 다른 트레이너와 차별화되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

특별한 노하우라기보다는 기본을 충실히 지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가끔 시장 조사를 위해 다른 헬스장을 찾아 운동할 때가 있다. 거기서 일하는 몇몇 트레이너를 보면 수업 시간에 핸드폰을 하거나 불성실한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절대 저렇게 하면 안 되겠다’ 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회원님이 나와 수업한 시간이 끝나면 ‘오늘 제대로 운동했구나’라고 느끼게 하는 게 기본이다.
 
머슬팜짐 대표가 되기 전에 트레이너뿐만 아니라 특이한 이력 사항들이 많은 거로 아는데

나름 몸과 관련된 건 산전수전 공중전까진 겪은 것 같다.

좋다. 하나씩 짚어보자. 우선 항간에 듣기로 박찬호 선수 트레이너였다는 소문이 있다

네?..........(3초후) 아! 그거는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과거 박찬호 피트니스센터에서 트레이너로 일한 경력은 있지만 박찬호 선수의 트레이너는 아녔다.

(아쉽….) 박찬호를 본 적도 없나

애초에 박찬호 선수가 온 적이 없다. 박찬호 피트니스센터는 이름만 빌려 쓴 거로 안다. 지금 그곳도 경영이 어려워져서 프랜차이즈 헬스장으로 변했다고 들었다.

트레이너 생활 12년 동안 연예인이나 공인을 가르쳐 본 경험은 있는지

딱 한 분 있다.

누구?

배우 박희본 씨! 여자 배우다.

흠….

배우 하기 전에는 아이돌이었다. 그룹 이름이 ‘밀크(M.I.L.K)’였다.

(손뼉 치며) 기억났다. SM아이돌 그룹이고 배우 서현진 씨도 멤버였던…

맞다. 역시 나랑 나이대가(30대 중후반) 비슷해서 슬램덩크부터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하이파이브) 아무튼 그분 트레이닝을 3~4년 정도 꽤 오래 했었다. 배우로 왕성하게 일하다가 요즘은 결혼하고 나서 활동이 뜸한 것 같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력도 있다. 칼럼을 기고했던데

그때가 박찬호 없는 박찬호 피트니스센터에서 일할 때였는데 당시 마케팅 과장님이 있었다. 회원권을 담당하는 부서 총괄 책임자였다. 그분이 소개해줬다. 트레이너 중에 운동 관련된 칼럼을 쓸 수 있는 사람 중에 나를 추천해줘서 기고하게 됐다.

내용은?

2009년도라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상체나 하체 운동법, 맨몸운동법 관련 내용이었던 것 같다.

음….

반응이 왜 그런가? 진짜다. 당시 칼럼이 실린 잡지가 집에 고이 모셔져 있다. 못 믿겠으면 오늘 밤 퀵 서비스로 쏴 주겠다.

믿는다. 오늘 인터뷰에서의 말재주라면 충분히 쓰고도 남을 것 같다.

(미소 짓는) 진짜다.


▲ 방승휘는 타고난 말재주와 좋은 인상으로 한 때 머슬매니아 사회자로 활동했다. 사진=방승휘 제공


그래서 (2012년) 머슬매니아 사회자도 봤던 건가

선수 생활을 2007년부터 했는데 2009년에 머슬매니아에 처음 출전해서 2013년까지 대회에 계속 참가했다. 그러다가 2011년 머슬매니아 한국대회에서 입상해서 세계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생겼었다. 장소가 마이애미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당시 대표님이 나를 좋게 봐서 2~3개 대회 사회를 봤다.

대표님이 얼마나 좋게 봤길래…혹시 (양손 비비며)

(웃음) 아니다. 나도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대회에서 다른 선수들 잘 챙기는 모습 보고 좋게 봤다’고 했다.

그런 걸 본인 입으로 말하면 믿음이 잘 안 가기 마련인데, 왠지 그쪽은 믿음이 간다

(하이파이브) 고맙다.

피팅 모델도 했었다. 그것도 언더웨어다

선수 생활 시작할 무렵이다. 당시 브랜드 대표가 학교 선배였다. 피팅 모델을 싸게 구하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나를 그 선배에게 추천했다. 대회 참가할 때라 다이어트가 돼 있었다.

출연료는?

…..부대찌개 얻어먹었다.

(응???)

부대찌개에 팬티 다섯 장 받았다.

그 이후로 연락은

한 번 더 촬영하자고 했는데 그때는 다이어트가 안 된 상태라 거절했다.

친한 선배였나?

한 학번 위 선배였는데 그렇게 친하진 않았다. 선배가 아싸(아웃사이더)라서 학교에서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다.

정말 몸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한 것 같다. 그중에서도 끝판왕은 이거다. KBS2 스펀지에 근육맨으로 출연했던데

(웃음) 2012년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트레이너로 같이 일하던 직원 중에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한 친구가 있었다. 그때 출연을 계기로 방송작가를 많이 알았다. 그러다가 스펀지에서 근육이 많은 사람을 수소문 중이었는데 직원이 나를 추천해줬다.

어땠나?

살짝 민망했다. 당시 화면이 캡처돼서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다. 단톡방에도 친구들이 올려놨다. (핸드폰 보여주며) 이거다.


▲ 사진=KBS2 화면 캡처

도대체 무슨 내용이었길래

고추 끝에 농약이 많이 묻어 있으니 끝을 따고 먹는 게 맞냐 안 맞냐를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박사님도 와서 확인하고 그랬는데 결론은 ‘고추 끝을 안 따고 먹어도 무해하다’ 였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내용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연출하려 했다. 

이때는 출연료 제대로 받았는지

백화점 상품권을 받았다.

부대찌개보다는 낫다.

비교가 안 된다.

인터뷰 전에 이력들을 보면서, 직접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느꼈지만 정말 열심히 즐겁게 살았다

기회가 있어도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보통은 그런 일들이 생기면 그리 대단치 않게 여길 수 있다.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본다. 사람들이 대개 그 기회란 게 꼭 일처럼 보여서 머뭇거리다 놓치는 거다. 
 
 
나 같은 경우에는 앞서 말한 모든 것들이 일보다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앞으로도 몸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 경험하고 싶다. 출연료가 부대찌개만 아니면 된다.

방승휘는 부대찌개에 대한 추억이 썩 좋지 않다. 그런데 알고 보면 부대찌개와 비슷한 점이 있다.
 
햄, 소시지, 두부, 떡, 라면, 김치 등 온갖 재료를 넣고 한꺼번에 끓여서 내놓는 대한민국 퓨전 요리 부대찌개. 비록 그 기원이 초라할지 모르지만 매콤함이라는 한국 요리의 정체성을 통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방승휘 또한 인생의 온갖 경험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섰다. 시작은 작은 불씨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연이어 그랑프리를 들어올리며 뜨겁게 끓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그가 얼마나 깊은 맛을 내는 보디빌더의 인생을 살아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권성운의 人사이드] 방승휘, “11년 만에 ‘한(恨)’을 풀었다”②>에서는 생애 첫 그랑프리를 기록한 영광의 순간을 되돌아봅니다.

권성운 기자(kwon.sw@foodnamoo.com)
 
권성운 (kwon.sw@foodnamoo.com) 기자 
<저작권자(c) 개근질닷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등록 2019-02-12 1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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