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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➀] 보디빌딩은 누구의 것인가요?

등록일 2018.10.18 20:16 youtube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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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의 주인공이 돼야 할 선수들은 언제까지 의미 없는 들러리가 돼야 할까? 사진은 대한보디빌딩협회 양정현 사무처장(가운데)이 선수들을 도열시켜 놓고 경기 직전, 행사 하고 있는 장면. 사진=이일영 PD

[개근질닷컴]

개근질닷컴은 10월 15일 <[데스크칼럼] ‘세계챔피언’ 길바닥에 두는 ‘관리단체’ 대보협>이란 제하의 기사를 본지와 각종 포털, 본지 SNS에 게재했습니다.

그리고 기사가 나간 그날 저녁 곧바로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를 건 이는 한국 보디빌딩 최고 선수 가운데 한 명이었습니다.

이 선수는 자신을 소개한 이후 “먼저 기자에게 연락하는 것이 태어나서 처음입니다. 사실 그동안 기사를 즐겨 읽지 않았는데, 이번엔 몇 번이나 개근질닷컴의 그 기사를 다시 읽었습니다”라며 조금은 쑥스러운 듯이 말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그는 “개근질닷컴에서 선수들을 위한 기사를 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아주 정중하게 드리고 싶습니다”라며 말을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가 보여준 정중한 그 태도, 그 안에 담긴 뭉클한 진심에 놀란 저 역시 “먼저 연락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라고 대답하곤 다시 수화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기사 내용 모두 정말 공감 가는 얘기라 아내와 이 기사를 보는 내내 눈물이 났습니다. 주책스럽게 제가 왜 이럴까요. 기자님. 그런데 보디빌딩계에 오랫동안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이렇게 선수를 위한 기사가 나온 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선뜻 개근질닷컴이 나서서 얘기해줬기에 마음이 더 그랬나 봅니다.”

‘한 번도 없었다’는 그 말에 전 가슴이 다시 먹먹해졌습니다.

협회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 선수를 위한 행정을 포기한 협회. 대한보디빌딩협회는 그럼 그동안 과연 누구를 위해서 존재했을까요?

그리고 혹여나 바른 소리를 했다가, 판정에서 손해를 볼까 봐, 불리한 처우에 놓일까 봐, ‘말 못하는 벙어리’가 된 심정이었을 선수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또 그렇게 ‘옳은 이야기’를 했다가 사라진 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정말 이게 멋있는 건가요?”



▲ 불의한 세력들에 의해 압력을 받거나,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반드시 칼럼을 써야 했던 건 이 사진에 나온 그들의 땀과 눈물을 개근질닷컴 취재진이 직접 봤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칼럼이 나온 이후 일부 세력들은 개근질닷컴에 선수와 팬을 볼모로 한 '취재 보이콧' 협박을 해왔다. 정작 가장 피해를 볼 것이 선수와 팬들이란 걸 아는 그들이 말이다. 개근질닷컴은 이 사건에 대해서도 추가로 상세한 기사를 보도할 예정이다. 사진=이일영 PD


그리고 전 그 선수분께 기사를 쓰게 된 이유를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8년 동안 수많은 스포츠 종목을 취재했지만, 이렇게 협회가 무능하고 대회 환경이 열악한 곳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스포츠 종목이 선수의 환경이나 컨디션 관리를 이렇게 엉망으로 하는지, 참 답답했습니다.

전국체전 포함 10개 대회를 취재하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많은 분과 선수들, 그리고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팬들을 봤습니다. ‘참 멋있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선수들이 가장 우선이면서, 그리고 팬들을 가장 먼저 배려해야 하는 대회, 그리고 스포츠가 돼야 하는데 지금 이 보디빌딩계는 그렇지 못 한 것 같습니다. 많은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고심 끝에 기사를 썼습니다.”

그런데 제 얘기를 묵묵히 들으시던 그 선수는 아주 슬픈 목소리로 “이게 정말 멋있는 건가요?”라며 되물었습니다.

그 울분과 자조가 섞인 말을 듣자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 겨우 한 편의 기사를 썼을 뿐, 그 선수의 말에 담긴 깊은 회한이나 고충을 아마 절반도 짐작하지 못할 것입니다.

동료 선수를 포함한 많은 훌륭한 이들의 얼굴이나, 오랜 세월 묵묵히 헌신하며 지켰을 시간이 떠올랐을까요.

 

그 선수가 갖고 있을 보디빌딩에 대한 애정은 아마 저완 비교조차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랬기에, 각자 다른 상념 속에 저와 그 선수는, 침묵하는 수화기 너머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안타까움의 신음만 흘렀습니다.

그렇다면 이곳은 왜 이렇게 됐을까요?

적폐, 보디빌딩을 좀 먹는 썩은 세력들

적폐.

사전에선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패, 비리 등의 폐단을 말한다’라고 설명합니다.
(한경 경제용어사전 참조)

그리고 2018년 대한민국은 이제 이 적폐란 단어를 동시에 낡은 것, 깨뜨려야 하는 것, 고여 있어 썩은 것들을 지칭하는 말로 쓰고 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사회는 더는 특정 세력이나 개인이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많은 이를 억압하고 군림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대신 모든 국민이 주인이 되고, 집단 구성원이 모두 행복한 세상이 되기 위해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적폐’란 단어는 세상 어디에서나 이제 더는 존재해선 안 될 것을 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보디빌딩도 마땅히 ‘진짜 중심’이 돼야 할 이들이 주인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보디빌딩계엔 많은 적폐가 여전히 판을 치고 ‘가짜 주인’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대한보디빌딩협회 소속 다수의 인사, 일부 시·도 지부 임원 및 관계자들이 아직도 보디빌딩이란 국민과 선수들의 스포츠를 ‘사유화’하고 제멋대로 주무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거기에 선수나 팬들에 대한 존중은 여전히 없습니다.

'선수에게 물건을 강매했다'는 보도가 나온 전대 최고위 인사. 세력 다툼을 하다 동성 성추행 혐의를 받은 가장 최근 권력자. 이 부끄러운 이들과 그들을 지지해 부정부패를 일삼은 사람들이 바로 적폐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 적폐가 산처럼 쌓이는 사이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결국 선수들입니다.

더욱 더 많은 혜택을 받고, 자신들의 노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했던 이들은 당연한 권리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대신 판정 시비와 약물 파동 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심한 협회를 지켜보며, 원망하며, 그러면서도 다시 ‘쇠질’에 매진했을 그들입니다.

챔피언은 더 화려하게 빛나야 합니다. 노력하고 애쓰는 모든 이들이 조명받아야 합니다. 유소년부터 체계적인 선수 육성이 이뤄져야 마땅하고, 선수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고 대회를 준비하고 경기를 펼쳐야 합니다.

자신의 사진을 아무런 제약 없이 볼 수 있어야 하고, 기사를 지인들과 공유해야 하며, 그 이름이 더 빛나게 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합니다.

순위가 의미 없을 만큼, 모든 이가 박수를 받아야 할 이 스포츠는 그런데 왜 어느샌가 당당하지 못하게 됐을까요? 그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습니까.

보디빌딩은 누구의 것입니까?

지금 대보협 관계자들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아무런 입장조차 내놓지 못합니다.

대신 공식 입장에 대해 질의하면 “지금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공문을 보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합니다.

한국 보디빌딩을 대표하는 단체가 한 줄의 입장이나 의견조차 내놓지 못한다는 것은 참담한 일입니다. 물론 관리단체인 현재 대보협 자체론 아무런 권한도 없긴 합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행정 조차 손을 놓는 건, 그저 ‘이 순간만 지나가면 된다’는 오만일까요? 혹은 ‘제 자리만 지키면 된다’는 식의 무능일까요?

자기 밥그릇만 지킬 자들이 남아 있을 대보협이라면 앞으로도 미래는 없을지 모릅니다.

적폐 세력이 무능하고 부패한 행정을 펼치고, 각 협회가 세력 싸움에나 골몰했던 과거 대보협은 협회 행정 기능과 주체적 자격을 잃은 문체부 산하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가 됐습니다.


18일 태권도복을 입고 국정감사장에 나타난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화제가 됐습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인 그는 전날인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태권도가 국기로 지정됐는데, 정작 내년 태권도 예산은 353억 원으로 오히려 4억 원이 줄었다. 정부가 태권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태권도 공인 9단인 이 의원은 국기원 최고 고단자회 정회원 등으로 활동하며 각종 태권도 행정에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각종 스포츠협회를 지원해 국민 체육 진흥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대한체육회 산하 모든 스포츠협회는 문체부의 예산 집행을 받은 단체로 국회의 감사 대상이 됩니다. 지금 대보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향후 대보협은 ‘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철저한 감사 이후 새롭게 구성됩니다.

모든 적폐는 곧 국민을 대신할 문체부 국회의원, 대한체육회의 집중적인 감사와 언론의 날카로운 감시 속에 곧 그 민낯을 드러낸다는 뜻입니다.

국정감사 일정은 마무리 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여러 국회의원과 대한체육회 측의 자료 공개 요구를 포함한 집중 감사 대상이 될 이도 나오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국민의 뜻을 대변하고 체육회를 관리해야 할 국회의원과 대한체육회의 당연한 의무이자 할 일입니다.

물론 확률은 낮지만, 그 끝엔 최악의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만약 문체부 감사위원과 대한체육회, 관리위원회가 ‘대보협이 앞으로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행정 기능을 회복할 수 없다’고 판단 내리면 최악의 경우 대보협은 영구적으로 해산될 수도 있습니다.

보디빌딩을 대표할 단체가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보디빌딩은 최근 수년간 전국체전에선 약물 문제와 판정시비로 홍역을 앓으며 공정성이 흔들려 ‘전국체전 보디빌딩 종목 폐지’란 심각한 위기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간신히 올해 전국체전에서 경기가 열렸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위기 상황인데도 적폐 세력들은 또 다른 부정과 부패의 산에서 내려오지 않고 여전히 선수들 위에 군림하려 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회장에서 가장 놀랐던 건 1980~90년대 과거. 소위 말해 정치인들이 했던 보여주기식의 행사, 이른바 ‘전시행정’이 보디빌딩계엔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 혈세로 열리는 대회에서 선수들 세워놓는 그들

그런데 알고 계십니까?

각종 시·도 지부 협회 대회 주관과 주최에 등장하는 해당 시·도 행정기관과 체육회는 모두 국민 혈세로 운영됩니다.

그 예산을 통해 보디빌딩대회가 열리고, 권리 위임을 통해 ‘시장배’, ‘구청장배’ 등의 타이틀을 단 대회가 열릴 권위가 생긴단 뜻입니다. 물론 각종 시·도 보디빌딩협회가 대회 개최를 위해 수개월 동안 땀을 흘리고, 노력하고 애를 써서 거의 모든 것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말그대로 모든 대회는 협회 측의 사유물이나 재산은 분명히 아닙니다.

결국 모든 대회는 시민, 그리고 보디빌딩인 가운데서 국민을 대표해 출전한 선수들이 있기에 열릴 수 있는 것입니다.

보디빌딩경기를 제외한 거의 모든 종목의 대회사 혹은 개최사에 “존경하는 시민, 도민, 국민, 그리고 선수 여러분”이라는 말이 빼놓지 않고 꼭 나오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컨디션 관리에 매진해야 할 선수를 경기 직전 무대에 세워놓고, 시민과 팬들을 한참 기다리게 하면서 자화자찬하고 있는 이들. 그들은 국민의 권리를 위임받은 자들입니다. 보디빌딩인과 국민을 대신해 이 스포츠를 부흥시킬 책임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과연 선수에 대한 존중이 있을까요?

그런 이들과 그런 이의 꽁무니를 쫓는 이들이 자신들을 무대의 주인이라고 착각하는 순간, 이 보디빌딩이란 스포츠의 지반은 무너집니다. 심지어 그 협회 인사들은 보디빌딩을 다른 종목처럼 좋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 능력조차 없습니다.

21세기엔 모습을 감춰가고 있는 후진적인 행정을 반복하는 세력은 과연 보디빌딩이 ‘누구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모든 보디빌딩협회는 이제 깨우쳐야 합니다. 협회가 있어서 선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선수가 있어서 협회가 있는 것입니다.


김원익 기자(one.2@foodnamoo.com)

개근질닷컴 (one.2@foodnamoo.com) 기자 
<저작권자(c) 개근질닷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등록 2018-10-18 20: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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