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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프리 인터뷰] '돌아온 챔프' 장재우 "보디빌딩은 내겐 종교"

등록일 2018.09.12 14:26 youtube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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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챔피언은 사라지지 않는다! '돌아온 챔프' 장재우. 사진=이일영 PD

[개근질닷컴] "보디빌딩은 제겐 마치 종교 같아요."

'잊혀진 챔프'.

아니 이젠 과거형이다. '돌아온 챔피언' 장재우(대구시체육회)가 'MR.YMCA 대상'으로 화려한 복귀전을 치렀다.

사실 몇 년 전만해도 장재우는 굵직한 주요대회 순위표에 수차례 이름을 올리는 '랭커'였다.

특히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4위, 2011년 전국체전 금메달, 2012년 전국체전 은메달 등 각종 대회 최상위에 입상한 바 있다. 그야말로 최정상 레벨의 선수였단 뜻이다.

하지만 장재우는 2015년을 끝으로 거의 3년간 휴식기를 가졌다. 특별한 이슈가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 휴식은 점차 길어졌다.

여기까진 수없이 들었던 사라진 선수에 대한 얘기. 그러나 장재우는 '어떤 이유' 때문에 다시 대회 출전을 결심했고, 9월 9일 수원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48회 MR.YMCA 선발대회 일반부 -75kg 체급에 출전해 그랑프리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장재우 "3년 만의 복귀, 그냥 다 좋았다."

 

▲ 장재우가 3년만의 복귀전에서 그랑프리에 올랐다. 사진=이일영 PD


▲정말 오랜만의 대회 출전이다. 그동안 근황이 궁금했다.

특별한 이슈 없이 한동안 쉬었다. 거의 3년 만의 복귀전인 것 같다.

▲하지만 복귀 무대가 낯설어 보이진 않았는데.

감회가 새롭기도 했지만, 우선 진짜 힘들더라(웃음).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경기를 뛸 스태미너를 만드는 과정도 오랜만이라 힘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그 과정 자체가 재밌었다. 운동이 '더 간절해졌다'랄까. (잠시 생각에 잠긴 이후) 그냥 돌이켜보니 다 좋았던 것 같다.

장재우는 과거 수많은 메달을 받았던 -70kg이 아닌 -75kg으로 체급을 올려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그랑프리 결정전 최종심에 올라간 선수는 +90kg 체급의 서교(세종시보디빌딩협회)였다. 체중이 약 20kg 이상 차이나는 상대. 일반적으론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장재우는 관록 있는 경기 운영과 탁월한 데피니션을 바탕으로 챔피언에 올랐다.



 치열한 그랑프리 결정전을 펼친 장재우(왼쪽)와 서교(오른쪽). 사진= 이일영 PD 


▲그랑프리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최종 비교심사 경쟁 선수와 체격 차이가 상당했다.

아무래도 경력이 있는 편이라 그런 부분을 극복하는 게 어렵진 않았다. 물론 상대 선수와 체중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근 매스가 부족할 순 있다. 하지만 균형미를 살리는 쪽에 중점을 뒀다. 또 원래 뛰던 것 보다 한 체급을 올렸는데 그게 오히려 득이 됐다.

▲ 득?

대회 출전을 쉬면서 하고 싶었던 운동을 재밌게 했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하니까 오히려 근 매스가 늘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한 체급을 올리면서, 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75kg 체급에서 뛰어봤는데 기존 체급(-70kg)을 뛰듯이 차분하게 준비한 게 오히려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

 

"보디빌딩은 내게 종교, 인생을 배웠다."

 


▲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장재우는 보디빌딩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고 했다. 사진= 장재우 제공


▲이번 대회에 훌륭한 선수가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근질이 독보적이더라.

원래 근질이 좋은 선수에 속하는 편이다. 다이어트를 덜 해서 한 체급 위를 뛴 것이 아니라, 기존 강점을 유지하고 강화해서 나왔기에 내가 가진 장점이 잘 드러난 것 같다.

▲가장 자신 있는 부위는 어디인가.

등이랑 어깨다. 다른 부위보다 등과 어깨를 잘 느낀다.

 

 

장재우(가운데)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부위인 등과 어깨. 사진=이일영 PD


▲잘 느낀다?

등과 어깨 근육이 변화하는 느낌을 잘 잡으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운동을 하는 편이다. '느낌을 잘 잡는 부위가 좋아진다'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보디빌딩의 기본 원리에 속하는 경우다.

▲아마추어 선수들도 그 '느낌'을 유념해야 하겠다.

물론이다. 운동할 때 단순히 근육만 늘리면 발전이 없다. 몸의 느낌에 집중하는 노하우를 터득하거나, 좋은 지도를 받아서 변화를 세밀하게 인지할 수 있어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그 감각을 키워야 전체적인 발전이 이뤄진다.

▲대회 출전을 꿈꾸는 선수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더 해줄 수 있을까.

준비를 하면서 경기를 뛰어보고, 다시 개선점을 찾는 과정을 열정적으로 해 보라. 끊임없이 연구·고민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좋은 몸이 나온다.

▲새삼스러운 질문이지만 장재우에게 보디빌딩은 어떤 의미인가.

보디빌딩을 통해서 인생을 조금이나마 알았다. 그래서 보디빌딩이 내겐 종교와 같다.

▲종교?

우선 하루를 보디빌딩으로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그래서 생활이기도 하고, 인생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들은 교회나 사찰에 가서 설교를 듣고, 참배하면서 깨달음을 얻고 인생의 진리를 찾질 않나. 대신 나는 보디빌딩을 통해 많은 것을 깨우쳤다. 그래서 내게 보디빌딩은, 단순히 '몸이 좋아지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다. 아주 깊고 넓은 의미를 지닌 특별한 운동이다.

장재우, "딸 덕분에 다시 시작한 보디빌딩. 목표는 세계선수권" 

 

 

▲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장재우는 보디빌딩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고 했다. 사진= 이일영 PD 


▲부산에서 올라온 가족들이 끝까지 응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딸 덕분에 다시 보디빌딩을 시작한거다.

▲ 음.

첫째인 딸은 올해로 9살이고 둘째인 아들은 7살이다. 한 3년 정도 운동을 쉬고 있었는데, 어느날 딸이 "아빠 왜 다시 보디빌딩 안 해?"라고 묻더라. 아들은 내가 한창 경기에 출전할 때 아주 어려 잘 몰랐지만 딸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았다. 많은 대회에 나가서 금메달도 따고 좋은 성적을 올리는 걸 봤었다. 그게 자랑스럽고 멋있어 보였나 보다. 예전처럼 대회에 나갔으면 하는 눈치였다. 나태하고 무기력한 내 모습을 딸이 보고 있었던 거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 복귀전 결과로 가족들에게 그랑프리를 안겼다.

아빠가 뭔가에 도전해서 성취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몸소 실천해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 물론 나 역시 보디빌딩이 너무나 하고 싶었다.

아빠의 마음을 알았을까. 장재우의 부친 장관두 씨와 아내 이가현 씨, 그리고 두 명의 자녀는 낮부터 저녁까지 쭉 이어진 대회 동안 줄곧 자리를 지켰다. 아들, 남편, 그리고 아빠의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봤다. 많은 선수가 출전한 일반부 경기, 그리고 유독 길고 길었던 그랑프리 결정전을 마치고 'MR.YMCA 대상'을 받기까지 말이다.
 

어른들도 기다리기 힘든 긴 시간이었지만 시상식과 인터뷰가 끝날때까지 딸의 시선은 아빠에게서 떠나질 않았다.

"아빠가 정말 자랑스럽고 멋있어요. 앞으로도 아프지 말고 쭉 대회에 나가서 계속 일등을 했으면 좋겠어요." 딸의 목소리는 바람이 잔뜩 들어간 풍선처럼 맑고 천진난만했다.

하지만 아내 이 씨의 마음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그동안 힘들게 노력하는 걸 쭉 지켜봤다. 경기를 몇 년 안 나갔다가 오랜만의 복귀전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정말 기쁘다. 비교심사와 그랑프리 결정전을 하느라 계속 힘들게 무대를 오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짠하기도 했다."

기쁘고 행복한 날이지만 그동안 남편이 흘렸던 땀과 눈물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씨다. 그래선지 크게 기뻐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사진을 찍는 남편을 애틋한 눈으로 지켜보기만 했다. 

 


​▲ 장재우의 다음 목표는 전국체전, 그리고 그 다음 목표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이다. 사진= 장재우 제공


▲ 화려한 귀환이다. 이젠 다음 목표를 듣고 싶다.

당연히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이다. 이번 YMCA 대회를 마치 '전국체전에 출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다. 전국체전 역시 마찬가지로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해 볼 생각이다. 그렇게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하겠다.

장재우는 아직 잊힐 각오가 돼 있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그의 눈동자는 20대 선수들보다 더 강렬한 투지로 불타고 있었다. 구도자에게 종교란 포기할 수 있는 대상 혹은 가치가 아니다. 장재우에게 보디빌딩 또한 아마 그런 존재일 것이다.

이렇게 한 명의 챔피언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 아버지 장관두 씨(왼쪽)는 보디빌더 장재우가 복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자 지원군이었다. 사진=장재우 제공


(+취재후

기사를 접한 장재우는 "한 분께 꼭 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다"며 개근질닷컴에 연락을 취해 왔다.

그리고 장재우는 "바로 아버님에 대한 얘기"라며 말문을 열었다.

장재우는 "아들이 군 제대 후 보디빌딩 한다고 할 때부터 부족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물심양면으로 아낌없이 지원해주셨던 분"이라며 "또 경기때마다 보양식이나 음식을 손수 장만해서 지원해주셨다"며 아버지 장관두 씨에 대한 고마움을 내비쳤다.

"시 대표, 국가대표가 될 때마다 아버지는 항상 '네가 나의 자랑이고 자부심'이라고 말해주셨다. 경기에 출전할 때 먼 거리를 이동하면 손수 운전대를 잡고 여행 같은 일정을 아들과 같이 소화해줬다. 그런데 2015년을 끝으로 대회 출전을 하지 않게 되면서 '아버지와 추억거리가 없어졌다'는 생각에 불효를 하는 기분도 들었다.

 

아버지께서 다시 한 번 자식 자랑도 하고, 어깨도 '으쓱'하실 수 있게 국가대표가 돼서 태극마크를 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운동했던 것 같다. 아버지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다."

장재우는 영원한 멘토이자 또 든든한 매니저인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담아 기자에게 전해왔다. 이 뜨거운 마음을 독자들에게도 전한다.

김원익 기자(one.2@foodnamoo.com)

개근질닷컴 (one.2@foodnamoo.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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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8-09-12 14: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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