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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선수의 피트니스 모델 성공기 12화] 배부름은 고통이다

등록일 2017.09.14 15:47 youtube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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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응원 속에서 직장 운동인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던 어느 일요일 오후였다. 오랜만에 회사 후배와 함께 바람도 쐴 겸 광교 호수공원으로 자전거를 끌고 출발했다. 나에게 자전거는 이동수단이 아닌 운동수단이기 때문에 자전거 전용도로처럼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곳에서는 거의 라이딩을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광교 호수공원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나에게 안성맞춤이었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아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라이딩을 즐기기 위해 속도를 조금 높이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후배는 뒤에서 나를 따라오고 있었고, 반대편 멀리에는 분홍색 자전거를 타고 있는 꼬마 여자아이가 보였다. 그런데 그 꼬마 아이와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리 앞쪽을 가로질러 인도 방향으로 나가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어... 어! 꼬마야~ 안 돼!”

내 주행 속도와 그 아이의 속도를 판단하면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했기에 나는 급히 자전거 핸들을 틀면서 브레이크를 잡았다. 다행히 정면충돌은 피했지만, 그 아이 자전거의 뒷바퀴와 내 자전거의 정면이 부딪혔다. 나와 내 자전거는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공중에서 180도 회전을 하고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당시 나는 페달과 신발이 떨어지지 않도록 연결해주는 클릿슈즈를 신고 있었기 때문에 자전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 나와 함께 아이를 살린 자전거. 사진 제공 = 김성태 선수

정말 어마어마한 충격이었다. 뒤따르던 후배가 급히 내려 내 몸 상태를 확인했고, 나는 아이의 상태부터 물었다. 아이는 조금 놀랐지만 다친 곳 없이 무사했는데, 문제는 내 몸이었다. 우측 몸통으로 떨어지면서 왼쪽 팔, 다리, 가슴에 통증이 엄청났다. 겨우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이 몸으로는 도저히 회사에 출근할 수가 없었다. 숨을 쉬는 것조차도 아플 만큼 가슴 통증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회사에 연락해서 급히 휴가를 내고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나는 늑골 골절 진단을 받았고, 이어서 골절보다 더 무서운 운동 금지 처방을 받았다.

“앞으로 운동하시면 안 됩니다. 잘못하면 부러진 뼈가 어긋나서 장기에 손상을 줄 수도 있어요.”
“어... 언제까지 하면 안 되나요?”
“최소 3개월은 기다려야 할 거예요.”
“그럼, 3개월 후부터는 운동이 가능하다는 말씀인가요?”
“아니요, 3개월부터 뼈가 붙기 시작할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 ....”

정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우선 갈비뼈가 부러지면 숨 쉬는 것도 아프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깁스도 할 수 없기에 자연히 붙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는 치료 방법이 없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걸 알고 절망을 얻었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왜 하필 지금 사고가 난 걸까?’ 모든 상황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현실을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 내가 너무 급하게 달려왔나 보다. 그래서 나한테 일부러 쉬라고 시간을 주나 보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긍정의 마인드를 최대한 끌어모아 나를 위로했다. 그리고 그 날부터 회복을 핑계 삼아 그동안 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마음껏 먹기 시작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맛있는 음식들이 입에 들어가기 시작하니 ‘차라리 잘 됐다.’라는 자기 최면이 점점 더 강하게 발동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1주일을 신나게 먹고 또 먹었다. 그런데 점점 이상했다. 그렇게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먹고 있는데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매일 배고픈 감정과 싸우다가 배부르게 먹고 있는데도 오히려 배부름이 고통스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인간에게 배부름이 고통 중 하나라는 생각을 그 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아마도 이 깨달음이 자전거 사고가 나에게 준 가장 큰 가르침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한 번 더 생각을 뒤집기로 했다. 부러진 갈비뼈로 상체 운동은 할 수 없지만, 가벼운 하체 운동과 걷기는 가능하지 않을까? 왜 나는 가능성이 아닌 절망만을 바라보고 극단적인 결정을 했을까? 시합 출전만이 내가 하는 자기관리의 유일한 목표인가? 이렇게 생각의 전환을 이끌어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의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배부름의 탈을 쓴 고통의 유혹을 그렇게 다시 뿌리칠 수 있었다.

 


 

 

글 : 김성태 선수
SNS ID(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godblessjiyu

편집 : 김나은 기자 (ne.kim@ggjil.com)
<저작권자(c) 개근질닷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등록 2017-09-14 15:47


 

 

 

김나은 (ne.kim@ggjil.com) 기자 
<저작권자(c) 개근질닷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등록 2017-09-14 15: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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